‘전후 가자지구 통제’ 놓고 美와 이스라엘 파열음

네타냐후 “다른 당국이 통치해야”
미국은 ‘팔 자치정부’ 선호 입장

지난 10월 1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의견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지구 안보를 위해 ‘최우선적이고 광범위한 군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된 민간 팔레스타인 당국’이 전후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고, 이 민간 당국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안을 배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두 가지 측면(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 모두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함께 통치했으나 2006년 총선 패배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밀려나 서안지구로 관할 영역이 축소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도 전후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당국’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같은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뒤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려는 구상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을 구성한 강경 극우 세력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함께 통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과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는 불가하고 가자지구는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활용될 수 없으며 가자지구의 영토가 축소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미래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도 MS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와 투표, 자결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장기적 통치체제”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가자지구 병원들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무고한 민간인과 치료받는 환자들이 포화에 휘말리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하마스가 가자지구 병원들을 지휘통제센터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평가에 대해선 동의했다.

13일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 북부의 병원이 모두 운영을 중단하면서 미숙아 등의 사망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부 관계자는 최대 규모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에서 며칠 전 전력이 끊긴 이후 미숙아 6명과 다른 환자 9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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