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마련된 첫 수능장 소년수 수험생도 새벽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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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사흘 앞둔 13일 서울남부교도소에 시험장이 하나 마련됐다.
수능을 위해 '대입 준비반'이 만들어진 것도, 교도소 내에 시험장이 마련된 것도 모두 처음이다.
한 소년수는 정씨에게 "선생님, 밖에 나가면 제가 여기 있었다는 걸 모두가 알 텐데 이름을 바꿔야 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의 수능 도전은 다른 소년수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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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준비반 10명 막바지 준비
“수의사”“물리학 공부” 꿈 품어
수능을 사흘 앞둔 13일 서울남부교도소에 시험장이 하나 마련됐다.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 교도소 내 교육시설인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들을 위한 특별 수능 시험장이다. 수능 당일인 16일 이곳에서 수형자 10명이 시험을 치른다. 수능을 위해 ‘대입 준비반’이 만들어진 것도, 교도소 내에 시험장이 마련된 것도 모두 처음이다.
교도소 본관으로 들어가 철문 세 개를 지나자 만델라 소년학교가 보였다. 수용시설 내에 있지만 분위기는 학교에 가까웠다. 입구 역시 비록 두꺼운 철문이었지만 위화감을 주지 않으려 나무 질감이 느껴지게끔 칠해져 있었다. 교무실, 실제 수업이 이뤄지는 학습실, 개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자습실이 마련돼 있었고 내부는 연두색 벽지로 꾸며져 있었다. 교도관들은 제복 대신 사복 차림이었다.
이날 찾은 만델라 소년학교에선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일반 학교 3분의 1 크기의 교실에 10명의 소년수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책상엔 수능 기출문제, 모의고사 시험지, EBS 교재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수업은 연세대 건축공학과 재학생 정명주(20)씨가 진행했다. 만델라 소년학교가 대입 준비반을 꾸리면서 정씨는 외부강사로 합류했다. 불과 얼마 전 대학 입시를 경험한 정씨는 영어 과목 외에도 이른바 ‘수능 선배’로서 알고 있는 시험 전략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정씨는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온다고 해서 겁먹지 말고 맥락으로 이해하도록 가르쳤다”며 “쉬운 문제를 먼저 풀고 다른 과목에서 실수한 것 같아도 무너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소년수들은 쉬는 시간마다 정씨를 찾아가 “대학에 가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되나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정씨에게 “물리학이나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싶다” “수의사가 되고 싶다”며 장래희망을 밝히는 소년수도 있다.
소년수만이 할 수 있는 진지한 고민을 정씨에게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에 있는 소년수들이 선고받은 형량은 징역 2~15년이다. 내년 4월이면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가는 소년수도 있다. 한 소년수는 정씨에게 “선생님, 밖에 나가면 제가 여기 있었다는 걸 모두가 알 텐데 이름을 바꿔야 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의 수능 도전은 다른 소년수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검정고시반을 담당하는 임진호(29) 교도관은 “새벽 1시까지 영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공부하는 소년수도 있고, 검정고시반에 있는 소년수는 대입 준비반을 가려 노력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을 맡은 김종한 사회복귀과장도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수능 응시 기회를 줘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주려 한다”며 “영어와 수학만이라도 기본을 갖추게 하면 출소 후 살아가는 데, 또 대학 가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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