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민간부채 급증과 금융건전성 강화

2023. 11. 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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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2200조원, 기업부채는 2700조원까지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고,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거시건전성 규제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건전성이 취약했던 외환위기에서는 외부의 작은 충격에 우리 경제가 크게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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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2200조원, 기업부채는 2700조원까지 증가했다. 두 부채를 합친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25.7%에 달해 우리 경제 규모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경기가 나빠져 수입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이자가 높아지면서 연체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까지 소환하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가계부채의 위험을 경고하며 영화가 끝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로 건설업체와 관련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떻게 금융건전성을 강화해야 할까.

우선 대출 단계에서 상환능력만큼만 빌려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고,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거시건전성 규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정책목표를 앞세우다 보면 본래 취지가 퇴색되기 마련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전세자금대출을 DSR 규제의 예외로 인정하거나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를 비롯한 특정 경제주체들에게 금융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경제주체들의 상환능력이 특별히 높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조항이다. 만기 일시상환의 위험을 완화하며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했는데, DSR 규제 회피를 위해 60대 고령자에게도 50년 만기 대출이 판매됐다. 상환능력에 부합하는 대출이라는 취지를 오히려 역행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반면 현재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청년층은 상환능력에 비해 엄격한 조건을 적용받는다.

다음으로 재무건전성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 ‘영끌’로 주택을 구입했으나 과도한 채무 상환 부담으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가 발생한다면, 일차적으로는 채무자가 그 사태를 책임져야 하며, 나머지는 신용 심사에 실패한 금융기관의 몫이다. 정부가 쉽사리 구제에 나서면 채무자들이 대출을 과다하게 받을 유인이 확대되고,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을 엄격하게 평가할 유인은 축소된다.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해 지원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수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과 일시적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을 철저히 구분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나라 경제에서 부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기업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부실이 쌓여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고, 재기할 기회를 찾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제 전체로 보면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지연은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부실기업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희소한 자원을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유망 기업에 배분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지 않은, 유망 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경제에서는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되지 못한다. 국가적으로 보면 부실기업에 투입된 재정보다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금융건전성은 외부 충격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는 핵심 역량이다. 당장 부채 문제만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금융건전성은 평상시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금융건전성이 취약했던 외환위기에서는 외부의 작은 충격에 우리 경제가 크게 휘청였다. 하지만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건전성을 개선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미국에서 유발된 전 세계적인 충격을 상당폭 완화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유념하자.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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