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양쪽에서 욕먹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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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거철이 오나보다 했다.
이쪽저쪽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언론은 어디에서도 비호를 받을 수 없어 욕을 먹는 게 일상이다.
이쪽에 서 있다고 여겨지니 저쪽 사람들에게 욕먹는 건 당연하지만 같은 편이라 생각하는 이쪽 사람들도 박수만 치는 게 아니란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이쪽저쪽 모두에게서 양비론이라고 욕먹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에서 욕먹지 않는 언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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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거철이 오나보다 했다. 어떨 때는 넌지시, 또 어떨 때는 단도직입적으로 “너는, 너희 신문사는 어느 편이냐” 묻는 이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며 장황하게 묻지만 원하는 답은 결국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확실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답을 채근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드는 생각은 한동안 또 이쪽저쪽에서 시달리겠구나, 하는 것이다.
이쪽저쪽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언론은 어디에서도 비호를 받을 수 없어 욕을 먹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이쪽 혹은 저쪽에 서 있다고 평가받는 곳들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고 전해듣곤 한다. 이쪽에 서 있다고 여겨지니 저쪽 사람들에게 욕먹는 건 당연하지만 같은 편이라 생각하는 이쪽 사람들도 박수만 치는 게 아니란다. 저쪽에 서 있는 회사 얘기도 비슷하다. 저쪽 사람들에게서는 그래도 욕은 덜 먹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다. 세계 최고 신문이라는 뉴욕타임스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뉴욕타임스 발행인이자 회장인 A G 설즈버거는 몇 달 전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Journalism’s Essential Value)’란 에세이를 발표했는데 그 글을 읽으며 ‘참, 너네도 쉽지 않구나’ 하고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설즈버거는 2018년 9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언급했다. 기사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장관들에게 대통령을 몰아낼 방안을 제안했다는 연방수사국(FBI) 국장대행의 메모를 폭로한 것이었다.
설즈버거는 보수 정권의 치부를 드러낸 보도에 대한 보수의 분노는 예상했으나 진보의 격분에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시 진보 진영은 이 보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젠스타인 부장관을 해임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종결할 명분을 줬다고 혹평했다. 보도의 정치적 파장이 진보 진영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들에게는 보도의 내용 자체보다는 진영에 유리한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었다. 언론의 독립성을 설명하면서 “저널리즘이 항상 소외된 커뮤니티나 취약계층이 원하는 방식만 반영하거나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이슈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진보적 매체지만 무조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입장만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혔다.
‘양비론’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는 “(양비론 비판은) 언론에 특정 이슈를 확정된 사실로 취급하도록 요구해 결국 논쟁에서 이기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잘못된 동등성의 위험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더 큰 위험은 기자들이 다른 측면을 드러낼 수 있는 사실의 가능성을 닫는 것이고 더 나쁜 경우는 일방주의를 수용해 자신이 의로운 편에 서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만큼 위험한 저널리즘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대다수가 동의하는 합리적 가치를 어떻게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으로 매도하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합리적 가치를 갖는 명제도 자칫하면 독단이 되고 특정 상황에선 왜곡이 된다. 따지고 보면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가장 많이 담아 보도하는 매체들은 독재정권의 기관지들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이쪽저쪽 모두에게서 양비론이라고 욕먹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에서 욕먹지 않는 언론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쪽저쪽 모두로부터 욕먹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건 언론이 아니라 기관지가 되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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