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5> 선한 의도로 개발된 펜타닐, 이제 죽음의 마약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인을 가장 많이 죽게 만든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마약이었다. 그 중 1위를 차지한 마약이 펜타닐이었다. 펜타닐은 그 자체로는 합법적인 의약품이며 정식 의료용 진통제로 허가받은 마약이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개발한 회사 얀센이 만들어낸 마약성 진통제다.
참기 힘든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 대형수술 환자들을 위해 오랜 연구와 투자 끝에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약성 진통제다. 펜타닐의 효과는 강력했다. 펜타닐의 진통 효과 즉, 통증 진정 효과는 헤로인의 50~100배, 타이레놀의 1000배에 달한다.
치사량은 고작 2㎎으로, 달걀을 소금에 살짝 찍어 먹을 때의 소금의 양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극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서 정식 펜타닐 제제는 마이크로그램(㎍ ) 단위로만 제조된다. 그마저도 한꺼번에 인체에 유입되지 않도록 서서히 피부를 통해 전신 혈류를 타게 만드는 제형인 패치제 형태로 제조, 처방전을 통해서만 투약된다.
펜타닐은 장갑을 끼고 제조해야 할 만큼 피부와 점막에서 높은 흡수력을 보이는 약물이며 뇌를 보호하기 위해 인체에 존재하는 뇌혈관 장벽도 매우 쉽게 통과한다. 펜타닐이 오남용돼 인체에 투약되면 그 부작용으로 신경의 신호 전달을 차단해 인체의 호흡 기능을 중단시키고 급기야 질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호흡 중추가 마비돼서 일어나는 호흡곤란과는 달라서 숨을 쉬지 않아도 고통을 느끼지 않아 매우 위험한 신체 활동 정지상태에 처하기도 한다. 또 대변 뿐 아니라 가스마저 배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배변 장애를 겪는가 하면, 장의 위아래 조절 근육을 모두 위축시켜 장이 터질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게 만든다. 심각한 면역저하와 피부병, 혈 독소 증가 등 각종 신체적 문제도 일으킨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하루 평균 196명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중독자가 늘어 2021년 사망자 수는 2019년 대비 94%나 급증했다.
펜타닐은 부작용뿐 아니라 심각한 금단 증상으로 유명하다. 펜타닐의 효력이 떨어지면 사지를 떤다든지, 뜨거운 물을 끼얹는 것처럼 아프다든지, 눈이 불타는 것처럼 아픈 엄청난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불안과 긴장, 공황장애까지 겪게 만든다. 이런 금단 증상을 없애기 위해 결국 펜타닐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불법 제조된 펜타닐은 부작용과 금단이 더 심각하다. 함량이 일정하지 않고, 성분이 조악할 뿐 아니라 다른 마약이 첨가된 형태로도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투약 이후 그 부작용으로 거리에서 신체 활동이 정지된 상태처럼 구부정하게 서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펜타닐 좀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필라델피아 켄싱턴 지역은 펜타닐 중독자들과 마약상으로 인해 ‘펜타닐 좀비 거리’라고 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지 경찰 역시 마약 투약 행위 자체를 단속할 여력이 되지 않고 마약 투약자에 의한 살인, 강도 등 2차 범죄 대처에 급급하다.
그 와중에 펜타닐에 동물 마취제인 자일라진이 합쳐진 복합 불법 마약이 등장하며 심각한 부작용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은 자일라진의 부작용을 두고 “살해 시도에 가깝다”고 강력하게 지적했다. .
단 한 번의 펜타닐 자일라진 복합 투약으로 몸 곳곳에 짙은 빛깔의 딱지나 변두리가 붉은 흰색 물집이 올라오다가 몇 시간 내로 괴사하며 살이 녹아내린다. 그런가하면 이런 복합 마약 투약으로 주삿바늘을 꽂던 부위의 피부가 녹아 힘줄과 뼈가 훤히 드러난 채 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지난해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수집된 약물 샘플의 90% 이상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보다 무려 60%나 늘어난 수치다.
원래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던 펜타닐이 인간의 죄성으로 말미암아 인류 최악의 마약, 죽음의 마약으로 불리는 데는 반세기도 필요하지 않았다. 복으로 주어진 것들을 악으로 전환하는 이 때에 우리는 하나님을 통해 누리는 희락을 먼저 차세대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의 어머니 교회’ 하나님 뜻 이뤄진 138년 발자취 오롯 - 더미션
- 어르신 최애 지하철 코스엔 힐링 주는 ‘풍경 반, 사랑 반’ - 더미션
- 노동자 → 이주민·노숙인·도농 목회로 시대의 소명에 답했다 - 더미션
- ‘지역 랜드마크’마저… 수세기 이어온 미 교회가 사라진다 - 더미션
- “교회학교 원더풀”… 한국교회에 반한 인니 교수들 - 더미션
- 포탄 쏟아지는 가자지구 교회 유아세례식 서두른 뜻은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