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동성애 = 영적 싸움” 알고부터 긴 싸움 시작할 수 있었죠

유경진 2023. 11. 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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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캠페인] <17> 동성애의 늪서 탈출한 2인
‘탈동성애자’를 향한 교회와 성도의 역할은 인내와 사랑이라고 말한다. 40년 넘게 동성애자로 살다가 ‘탈동성애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이요나(갈보리채플서울교회·왼쪽 세 번째) 목사가 2019년 6월 서울 청계천 광장 앞에서 열린 ‘홀리 페스티벌’에서 해외 탈동성애자들과 행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탈동성애자 이성호(가명·39)씨는 유년 시절 친 누나, 사촌 누나에 둘러싸여 소꿉놀이를 즐겨하던 아이였다. 누나들을 따라 화장도 하고 거울을 보며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자신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그의 말투와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여성 성향을 띄게 됐다.

또 다른 탈동성애자 정동환(가명·38)씨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일곱살 때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또래 여자아이 대신 자신과 같은 남자아이들에게 이성적 호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들은 10년 넘게 동성애 세계를 전전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성중독으로 매일 쾌락에 젖어 살았고, 더 강력한 쾌락을 좇아 자신을 파괴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성애에서 벗어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꿈꾸던 직업을 갖게 됐고 과거의 자신들처럼 어두운 터널에서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는 이들을 돕고 있다.

탈동성애, 길고 외로운 싸움

지난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탈동성애는 영적 싸움이다. 동성애를 영적 문제로 규정하고 나서부터 싸움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동성애에 빠져들수록 인생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상실했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성애는 쾌락과 욕구가 인생의 1순위가 되는 중독”이라며 “성적 욕구가 해소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스스로 더러움과 수치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동성애가 주는 쾌락이 너무 커 탈동성애를 결심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모태신앙이었던 이씨는 동성애를 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성경에 죄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나. 어느 순간 ‘내가 죄를 짓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니 집단에서 나와 혼자 지냈다. 하지만 욕구는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등 더 큰 죄를 짓게 됐다.”

이씨가 어려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끝까지 그를 위해 기도해주며 기다려준 이요나 목사(갈보리채플서울교회) 덕분이었다. “목사님은 단 한 번도 저를 정죄하거나 판단하지 않으셨다. 제가 스스로 깨닫고 어둠에서 나올 때까지 지지하면서 기도해주셨다.” 그는 요즘 가정을 이루고자 소개팅도 하는 등 결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씨의 경우,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 끝에 열매를 맛봤다. 결혼 11년 차인 그는 현재 두 자녀의 아빠이자 남편이다. 동성애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씨는 “동성애자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배경은 심리적 이유가 크다”며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구가 발목을 잡곤 한다”고 했다.

동성애, 가정환경이 결정한다

이들은 동성애적인 성 가치관 형성에는 ‘가정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성 정체성은 개인의 정체성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받는 영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씨는 “동성애자 대부분은 어릴 적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가족과 부모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애정 결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나치게 억압적이거나 개인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받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에도 억눌려 있던 자아가 동성애로 발현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가정환경이 화목하지 않은 이들이 동성애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씨는 “부모가 보여주는 사소한 모습에도 자녀는 10배, 100배 이상의 충격을 받는다”며 “부모가 자녀의 가치관을 형성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모는 작은 말과 행동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사랑으로 지지하고 기다려야

“탈동성애자는 교회에서 큰 상처를 받는다.” 이씨와 정씨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해 폭이 좁고 율법적인 교회의 문화는 더 큰 상처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또 탈동성애는 누군가의 정죄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탈동성애는 시간과 인내, 사랑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영역이기에 그만큼 정신적 지지가 지속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정씨는 “교회를 찾는 동성애자들은 진심으로 탈동성애를 원해 마지막으로 교회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는 격려와 위로, 지속적인 지지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독교인 동성애자도 ‘동성애는 죄’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며 “그렇다고 동성애를 인정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이해한다고 위로하는 것은 더 큰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교회 안에서 동성애자를 수용할 때는 기본적인 수용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며 “사랑하는 마음 없이 접근하면 동성애자들은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며 “진심으로 영혼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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