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바이든과 트럼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전 세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함과 무능을 비웃고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에너지와 능력을 두려워하고 있다. 바이든의 얼굴에는 중동 인질극 사태로 재선에 실패한 카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트럼프의 얼굴에는 복수에 눈이 먼 조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걱정이다. 하지만 더 두려운 사실은 누가 되든 한국의 어느 정치세력도 이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미국 대선 결과보다 사실 이게 더 두렵다.
아니, 바이든 2기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아닌가? 바이든 대통령,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에게는 오랜 시간 익숙한 워싱턴 내부 인사이니 말이다. 천만에. 친중파에서 중국 견제론자로 180도 바뀐 그들의 변화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들은 2016년 대선 패배 후 치밀한 연구 끝에 내놓은 소위 ‘신냉전 자유주의’라는 신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기후 등에서는 지구적 협력 체제를 추구하지만 자유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는 단호한 가치 투쟁을 각오한 이들이다. 만약 당내 경선에 이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2기에 펼칠 ‘신냉전’과 기후협력, 보호주의와 동맹 시스템, 중동과 북한에 대한 강압적 외교와 핵 합의 사이에서의 좌충우돌은 그들 자신도 당황할 정도로 더 혼란스러울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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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되든 불확실성 가득한 2기
준비되지 않은 한국의 정치세력
이명박과 문재인 시대 반복될라
새로운 가치와 노선을 고민해야
」
아니, 트럼프 2기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아닌가? 1기 때 우리는 그가 중동과 북한에서 펼친 위험천만한 전쟁 카드와 ‘광폭 외교’, 그리고 동맹국 바가지 씌우기를 이미 경험했으니 말이다. 천만에. 2기 트럼프 참모는 1기의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 부보좌관보다 더 강경한 매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최근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와 같은 군사주의적 중국 봉쇄전략가가 공화당 내부에서 인기가 높다. 그리고 트럼프의 국내 정치 불장난은 이란 공습이나 북한에 대한 북풍 등으로 불길이 이어 붙을 수 있다.
아마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정가에서 인기가 높기에 어떤 미래가 오든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윤석열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과 무엇이 다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기업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자유주의 이념을 거창하기 내걸기에는 너무 ‘세속적’ 실용주의자였다. 이 실용의 감각만 빠진 현재의 노선은 탈냉전 시절의 낡은 반복이다. 그저 미국과 일본의 구상에 적극 동참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길 기다리면 좋은 세상이 온다? 참 국정 운영하기 쉽다.
물론 야당들도 참 쉽게 견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난 가끔 이들이 아직 탈냉전 시대라는 ‘아름다운 시절’ 추억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 당시에는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성과 북한에 대한 접촉 외교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신냉전 자유주의’와 복합 열전, 그리고 임박한 기후파국이라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저 문재인 행정부 시절의 노선을 단순 반복하며 정권을 비판하는 그 편리함이 놀랍다.
물론 먹구름이 가득 찬 바이든과 트럼프 2기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즉 더 이상 재선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바이든은 정치 자본을 희생해가며 이란과 북한을 상대로 다시 핵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혹은 2028년이나 2032년 민주당이 다시 대선에서 승리하고 의회 다수당까지 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및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까지 근접할 수 있다. 심지어 트럼프 2기조차 악몽만 있는 건 아니다. 퇴임 후 조지아주 등에서의 사법처리를 걱정하는 그는 다시 노벨 평화상 수상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광기의 벼랑 끝 전술 후 중동과 한반도에서 극적인 타협의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우리는 이 작은 틈새를 너무 늦지 않은 타이밍에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을까? 과거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며, 현재에 대해 지구적 시야를 가지지 못하면 기회의 창을 지혜롭게 활용할 수 없는 법이다. 이명박 시절 비핵 개방 3000과 문재인 시절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그들이 철저히 복기한다면 나도 생각을 바꾸겠다.
낡은 사고에 갇힌 이들이 주도하는 정치 지형에 대한 도전자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다. 이준석 신당 구상과 금태섭 등의 제 3지대, 민주당 내 비명계, 그리고 정의당과 녹색당을 혁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단지 현 양당의 주류를 대체할 정치세력화 계산만이 아니라 새로운 혼돈의 시대에 맞는 자신들의 가치와 신노선은 무엇인가? 지금은 물론 국내 정치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총선 국면이 지나면 그간 고민한 자신들의 외교안보의 신노선을 본격적으로 밝히며 대논쟁의 장을 만들기를 요청한다. 『리더의 용기』 저자인 브레네 브라운 교수가 지적하듯이 오늘날 용기 있는 자란 곧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자이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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