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점령 불가” 가자 4원칙 레드라인…네타냐후는 외면

김형구, 박소영 2023. 11. 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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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과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팔레스타인인 1만1000명, 이스라엘인 1200명 이상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축출한 이후 가자지구의 미래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점령 불가 원칙을 포함한 4가지 기준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안보 통제권을 이스라엘이 틀어쥐겠다는 의지를 다시 피력해 미국과의 입장차를 거듭 드러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미래와 관련해 “앞으로 나아갈 길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이주 불가 ▶가자지구의 테러 거점 이용 불가 ▶가자지구 영토 축소 불가 등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지도부이나,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의 미래와 누가 그들을 통치할지를 결정할 것이고 미국은 그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건 팔레스타인인의 목소리와 투표, 자결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장기적 통치체제”라고 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반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 결정에 기반을 둔 장기적 통치 체제를 원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설리번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최우선 과제는 “하마스 파괴”라고 강조하면서 “이 목표가 달성되면 테러 재발을 막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이스라엘의 군사적 포위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가자지구 안보 통제권을 PA에 넘기지 않고 이스라엘이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겨받으려는 어떠한 민간 당국도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에 동의해야 한다”며 “PA는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PA는 2006년 총선 패배로 하마스에 밀려 서안지구로 통치 영역이 축소되기 전까지 가자지구도 관할했었다.

네타냐후는 NBC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도 “전후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했다. ‘다른 당국’의 구체적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날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연계 세력들이 이용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 기지에 대해 정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공습은 최근 급증하는 이라크·시리아 내 미군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시리아 내 미군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아 미군이 사망했다고 레바논 뉴스채널을 인용해 보도했다. 레바논 매체는 시리아 동부 알 오마르 유전에 있는 코노코 미군기지가 로켓 15발을 맞았으며 미국인이 숨졌다고 전했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박소영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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