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잠재력이 조화롭게 융합돼 소통되길”

2023. 11. 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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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들리는 정원’ 개인전서 보여준 AI와 인식론적 위기 이진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에게 듣는다

소리와 빛의 공감각적인 경험 전달
현지 문화예술계로부터 높은 관심
뇌과학 등 융합된 미래형 공연 준비

이진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프리랜서 조인기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며 인식론적 위기(epistemic crisis)가 나타나고 있다. 나는 예술가로서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그리고 미래의 환경과 관계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진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역설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7월 21일~10월 13일 진행한 전시 ‘들리는 정원(Audible Garden)’에서도 AI와 인식론적 위기를 보여줬다.

Jinjoon Lee, Daejeon, Summer of 2023 ⓒKCCUK. 작가(이진준 교수)의 기억을 담은 30개의 LP디스크와 특수제작된 턴테이블을 통해 그 패턴을 읽어 시각화, 청각화한 설치작이다.

Q : 현지 문화예술계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이번 전시는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연 개인전이었다. 그간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RCA)에서 석사, 옥스포드대에서 경계공간경험(Liminoid Experience)으로 순수미술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A : “이 전시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세 가지였다. 우선 한국의 산수화는 서양 풍경화와 다른 맥락을 갖고 있다. 우주관이 다르다. 산수화의 전통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우주 그리고 기술을 이해했는지에 관한 우리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또 공간 전이(Space transformation)로 만들어지는 총체적 경험을 통해 소리와 빛의 공감각적인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다. 또 하나는 AI로 인한 인식론적 위기를 말하고 싶었다. 과학기술이 인위적으로 우리의 감각을 더욱 더 정교하게 통제하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시각을 포함한 우리의 몸의 감각에 우리가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깨어 있어야 한다.”

Q : AI와 인식론적 위기에 대해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다.
A : “AI는 거대한 거울과 같다. AI는 나의 정보를 수집하고 내가 보고 싶은 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세상이 보는 나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나에 대한 두 개의 인식은 다른 것이다. 그런데 AI가 이 차이를 사라지게 하고 내가 보고 싶은 내 모습만을 보여준다.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진실성에서 유리되게 되고, 각자가 자기만의 판타지 세계에 종속되며, 결국은 세상을 왜곡된 상태에서 이해하니 타인과의 소통이 더욱 단절될 위기에 놓인다.”

Q : 그럼 AI를 어떻게 보고 사용해야 하나.
A : “AI로 초래되는 인식론적 위기가 심각할수록 역설적이게도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건 바로 시가 갖고 있는 함축성과 다양한 해석에 대해 열려 있음이다. 그 빈 공간에 있는 그 사이의 ‘침묵’은 AI가 이해하기 매우 힘든 영역이다. 인간 개개인의 다양한 내적 경험, 지식과 이해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침묵을 채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울림을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특히, 시와 같이 우리의 영혼이 도달하고자 하는 말들을 구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비워져 있는 ‘사이’와 침묵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잠재력이 조화롭게 융합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진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학사편입해서 서울대 조소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어 영국에서 공부를 했다.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서 TX Lab(총체적 경험연구실)을 이끌며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과 융합기술을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 창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본인 소개를 하면.
A : “미디어 아티스트로 현대미술을 한다. AI 등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인간이나 자연과 기술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다. 기계와 예술을 탐구하는 이런 예술가들은 미래학자, 융합형인재로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문인의 전통을 있고 있다고 생각한다.”

Q : 문인의 맥에 닿아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A : “우리 문인들은 예술을 자기의 생각을 담아내는 표현의 그릇이라고 봤다. 과거의 문인들 역시 새로운 과학기술을 연구했다. 다만, 수행자이며 철학자들이기도 했던 그들은 예술에서 지나친 기교를 경계했다. 나는 AI라든지 하는 미디어 시대의 담론을 담기에 서양보다 우리의 전통적 철학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새로운 계획은.
A : “예술가로서 전시를 비롯한 작품활동을 보다 더 열심히 하려 한다. 특히, 미래형 오페라(The Future Opera)를 만들고 싶다. 총체적 경험을 잘 드러낼 수 있으며 미디어아트를 통해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예술이 이 종합적인 퍼포먼스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나리오라도 각각의 공연은 모두 유니크하다. 오직 그 순간에 함께 어떤 감동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순간에 열려 있음’이라는 AI시대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잘 드러낼 것이다. 인간과 기계, 음악, 영화, 무용, 문학 등 예술, 건축, 뇌과학, 인터랙션, 센싱, 로보틱스 등이 모두 융합된 미래형 공연과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승수 중앙일보M&P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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