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승 확정지은 고우석 "마지막에 제일 좋은 공 던져 다행"
그 누구보다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엔 환하게 웃었다. 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투구를 해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6-2로 앞섰다. 9회 초 KT 위즈의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고우석에게 똑같은 역할을 맡기겠다"던 염경엽 감독의 말처럼 마무리 고우석이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다.
고우석은 볼 3개를 연달아 던졌다. 하지만 박경수를 끝내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조용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은 고우석은 배정대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경기를 매조졌다.
고우석은 "얼떨결에 막은 것 같다. 3개까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비슷비슷한 볼이 됐다. 좀 더 안쪽으로 노려야겠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상황에 대해선 "경기 전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경기중엔 크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우승 확정 이후 눈물을 보인 고우석은 "지난 1년이 생각났다"고 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했던 고우석은 시즌 초반부터 고전했다. 겨우 컨디션을 회복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실점했다. 그래도 결승에선 승리를 지켜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2번의 블론세이브를 이겨냈다.
고우석은 "올해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려 다행이다. 올해만큼 부상이 많은 시즌이 없었는데 팀원들이 너무 경기를 잘 치러줬다. 내가 크게 도움이 된 게 없는데… 야구를 하면서 한 번 찾아올까말까한 순간이라 기쁘다"고 했다.
고우석은 어린 시절 LG 팬이었고, 좋아하는 구단에 입단해 우승까지 경험했다. 고우석은 "뭐랄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작년에도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쁘기만 해야 하는데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시상대에 올랐을 때, 내년에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끝까지 고우석을 믿고 마운드에 올렸다. 고우석은 "감사했다. 컨디션을 떠나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수들, 감독, 코치도 불안할 수 있는데 저에게 그 임무를 끝까지 부여해준다는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경기 뒤 장인인 이종범 코치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고우석은 "코치님이 자기는 한국시리즈에서 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기운이 있는 사람이니까 어떻게든 우승할 거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직전에도 고우석은 허리 통증을 느꼈다. 고우석은 "시리즈를 앞두고 몸에 통증을 느낀다는 거 자체가 선수 개인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 덕분에 큰 부상 없이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 던졌던 공들이 제일 괜찮았던 거 같다. 마지막에 좋은 공 던지면서 시즌 끝내서 좋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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