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2위까지’ KT, 한국시리즈 명승부 남기고 퇴장

고봉준 2023. 11. 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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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장성우와 이강철 감독, 고영표가 13일 열린 LG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KT 위즈는 올 시즌 50경기를 치를 때(6월 4일)까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승2무30패로 10위였다. 특히 6월 2일까지는 16승2무30패로 승패 마진이 무려 ‘–14’까지 떨어졌다. 당시 단독선두 SSG 랜더스와의 격차는 14경기였고, 5위 NC 다이노스와의 간극은 7게임 반으로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KT의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듯했다. 박병호와 황재균, 배정대, 강백호 등 주축 타자들은 번갈아 아팠고, 마운드를 지켜야 할 소형준과 주권, 김민수도 줄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반격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름 레이스부터 믿지 못할 반전이 일어났다. 6월 승률을 1위(0.652)로 마치더니 상승세를 8월까지 유지하면서 2위로 점프했다. 분위기를 바꾼 KT는 이 흐름을 끝까지 유지했다. 10월 초까지 계속된 NC 다이노스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2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로 직행한 KT는 페넌트레이스 정상을 밟은 LG 트윈스의 대항마로 꼽혔다. 선발진이 탄탄하고 2021년 통합우승 경험이 있어 한국시리즈에서 LG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또 반전이 일어났다. 3주를 쉰 KT는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내리 내줬다. NC가 앞서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까지 4경기를 치르고 온 상태였지만, 체력적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이렇게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나 했지만, 3~5차전을 연달아 잡고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는 다시 예상 밖이었다. KT가 1차전을 잡았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6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하고, 문상철이 2-2로 맞선 9회초 상대 마무리 고우석으로부터 1타점 결승타를 때려내 3-2로 이겼다.

KT 박병호가 13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스1

선발진이 우세한 KT로선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전력의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먼저 2차전 패배가 아쉬웠다. 상대 선발투수 최원태를 일찍 끌어내렸지만, LG의 불펜진을 공략하지 못하고 4-5로 졌다.

KT와 LG가 강대강으로 맞붙은 3차전은 한국시리즈 역사를 빛낼 명승부였다. 역전을 거듭하며 이어진 난타전. KT는 5-5로 맞선 8회 박병호가 고우석으로부터 좌월 2점홈런을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9회 등판한 마무리 김재윤이 오지환에게 결승 우월 3점포를 맞아 무릎을 꿇었다.

결국 이날 패배는 치명타가 됐다. KT는 4차전에서 4-15로 크게 져 사실상 전의를 상실했다. 이어 13일 열린 5차전에서 2-6으로 패해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KT 배정대가 13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뉴스1

KT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희망과 과제를 함께 안았다. 박영현이 차세대 마무리로 자리매김했고, 손동현이 새 필승조로 떠올랐다. 타선에선 배정대가 선배들의 뒤를 이을 확실한 대들보로 성장했다.

그러나 나머지 불펜에선 필승조를 뒷받침할 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많은 타선도 고민거리를 남겼다.

KT는 가을야구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과 3년 재계약했다. 총액 24억원의 특급대우였다. 향후 3년 안으로 다시 프로야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선 FA 영입이나 트레이드를 통한 자원 보강이 절실해진 KT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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