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가 오더" "백혜련 안 내려"…돈봉투 재판, 오더가 뭐길래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검찰이 의심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명단 일부가 법정에서 추가 공개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부장 김정곤·김미경·허경무) 심리로 열린 윤관석 무소속 의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직 보좌관인 박용수씨에 대한 재판 말미에 검찰은 2021년 4월 28일 윤관석-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간 통화 녹취록 일부를 제시했다. “돈봉투는 감사의 표시였다”는 윤 의원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4월 28~29일은 돈봉투가 의원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의심받는 시점이자, 5일간의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가 시작된 때다.
“김병기 내려” “백혜련 안 내려”…오더가 뭐길래
검찰에 따르면, 해당 녹취록에는 “김병기(민주당 동작구 갑)가 오더를 내리지 않고 있다가 이날(28일)에서야 외통위원장(송영길)을 응원한다는 오더를 내렸다” “(강)래구는 계속 ‘백혜련(민주당 수원시 을)이가 제대로 안 한다’고 말한다” 등의 대화가 오간다. 검찰은 이어 “이정근이 윤관석에게 ‘백혜련이는 지금도 오더를 안 내려’라고 하자 윤관석이 ‘맨날 내렸다고 말만 한 거야 그러면?’이라고 말하고, 이에 이정근은 ‘그렇게 하다가 진짜 우리 막 내일 모레인데 우리 오더 바꿔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김병기 의원과 백혜련 의원의 실명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여기서 ‘오더’란 국회의원이 지역구 대의원들에게 특정 후보, 즉 송영길 전 대표를 뽑아달라고 주문하는 행위를 말한다. 강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오더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도와달라고 친한 시·구의원 등에 얘기하는 비공식 투표 지침”이라며 “당의 법령에는 금지돼 있어 발각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첫날인) 4월 28일 이후에도 의원들이 오더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상황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선거날이나 선거 전날이면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도 증언했다.
재판 이후 검찰 관계자는 “이 대화는 결국 송영길을 지지해달라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돈봉투를 뿌릴 동기가 충분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돈봉투의 성격이 윤 의원 주장과 달리 ‘매표’에 가깝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앞서 “의원들을 매수한 게 아닌, 수고에 대한 감사 표시(10월 10일 공판)” “4월 28~29일은 경선 막바지라 이미 오더가 필요 없었다. 의원들이 100만원이나 300만원을 주면 오더를 바꾸겠나(10월 30일 공판)”라고 주장해왔다.
‘돈봉투 의원’ 11명 실명 거론
검찰은 또다른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들의 이름도 거론했다. 검찰은 2021년 4월 29일 국회 출입내역에서 강씨와 윤 의원이 만난 사실이 확인된다며 강씨에게 “검찰 조사 당시 윤 의원이 (돈봉투를 줬거나 줄) 의원들로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박영순·이용빈·윤재갑 7명을 얘기한 것이 맞나”라고 물었다. 강씨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 그분들이 맞는지, 돈을 받았거나 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의원들 (이야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또 4월 26일 돈봉투 살포 계획이 거론된 것으로 수사된 주간 ‘기획회의’의 고정 멤버가 “윤관석·이성만·임종성·허종식·이용빈·김영호·민병덕 의원과 강래구, 이정근이 맞는지”에 대한 검찰 신문에 “인원은 다 생각 안 나지만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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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송영길 의미”…宋 수사 힘 받나
이날 강씨의 증언 가운데선 “당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금품 제공을 하자고 최초로 말한 사람은 윤관석”이란 내용도 있었다. 송 전 대표가 캠프 상황을 인지했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 증언도 나왔다. 박 전 보좌관 측이 “(이정근 녹취록에서) ‘모든 결정을 용수와 한다’는 말의 뜻은 주요 사항 결정을 박용수가 한다는 뜻이냐, 아니면 보좌관인 박용수가 (송영길) 후보에게 보고하고 후보의 술(지시)을 받아 통보가 온다는 뜻이냐”고 묻자 강씨는 “후자가 더 가깝다”고 답했다.
“중요한 일은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이 전 사무부총장의 지난달 23일 진술에 더해, 송 전 대표의 보고·지시 정황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진술이 나온 것이다. 향후 박 전 보좌관 진술에 따라 7개월째 표류 중인 검찰의 송 전 대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오는 20일 공판에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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