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JTBC·YTN에 1억4000만원 '무더기 과징금'

방심위, 뉴스타파 인용 방송사 초유의 징계
안형준 사장 "불공정 심의…법적 대응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의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지상파 최고 금액인 과징금 4500만원을 부과했다.

방심위는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해당 방송프로그램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에서 다수의 대화 내용 누락 등 편집 녹취록만이 공개·제공됐음에도 일방의 녹취록을 철저한 검증과 확인 작업 없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이같이 의결했다.

발언하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사진출처=연합뉴스]

방심위는 이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를 비롯한 KBS·YTN,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을 보도한 JTBC에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 9'에 대해서는 3000만원, MBC TV 'PD수첩'에 대해서는 1500만원, JTBC 'JTBC 뉴스룸'에 대해서는 1000만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2011년 당시 윤석열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 주며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JTBC 'JTBC 뉴스룸' 지난해 2월 21일과 28일 방송에 대해 2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처럼 주요 방송사들이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돼 중징계로 인식된다. 특히 과징금 부과의 경우 10점이 깎인다.

또 특정 업체인 협찬주에 부적절한 광고효과를 준 MBC '기분 좋은 날'과 방송 중 언급한 판매 수량과 실제 판매 수량이 다른 것으로 확인된 CJ온스타일 '라비앙 볼류마이징 핑크에센스'에도 주의를 결정했다.

안형준 MBC 사장[사진출처=연합뉴스]

이날 안형준 MBC 대표이사는 방송회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방심위의 과징금이 끝내 부가된다면 절차적, 내용성이 결여된 불공정 심의 결과라고 판단하고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발했다. 이어 "MBC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식의 대응을 통해 결정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이유에 관해 "MBC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MBC 기자 4명이 고발당했다"며 "언론 자유를 지키고 젊은 기자들의 의욕이 꺾이지 않게 하는 것도 회사를 대표하는 선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이사는 이날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직접 밝히고자 했으나 여권 위원들의 반대로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도 방송회관을 찾아 방심위가 가짜뉴스 심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상 초유의 정치 심의"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법과 규정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지시로 방심위의 법정 제재 중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윤석열 정권이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