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코치 거쳐 마침내 LG 우승 감독으로…'한풀이 명장' 염경엽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의 눈은 촉촉했다. 지도자로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난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 듯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6-2로 KT 위즈를 이겼다. LG는 2번 타자·중견수 박해민이 3회 말 2타점 선제 2루타를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박해민은 또 3-0으로 앞선 4회 초 2사 1, 2루의 위기에선 다이빙캐치로 실점을 막았다.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린 박해민은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는 5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 4승 1패를 기록한 LG는 29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1990, 94, 2023년)을 차지했다. 경기 내내 LG 팬들의 노란 물결과 환호성으로 잠실구장은 떠나갈 듯했다. LG 선수들은 관중에게 큰절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야구 명문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에선 '수비만 잘하는 유격수'였다. 통산 타율은 0.195. 한국시리즈에서 주전으로 나선 건 1994년이 유일하다. LG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바로 그때다. 당시를 회상한 염 감독은 "그때 LG가 태평양보다 강했다"며 "이렇게 내가 LG 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캐나다 이민까지 생각했지만, 프로에서 10년을 채운 뒤 유니폼을 벗었다. 코치가 되고 싶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프런트로 입사해 매니저, 외국인 담당, 스카우트, 운영팀을 거쳤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 해체 후 LG로 옮길 때의 보직도 스카우트였다. 당시 입단한 선수 중 한 명이 오지환이다.
2009년 염경엽은 마침내 수비코치로 현장에 복귀했다. 3년 뒤엔 넥센으로 옮겨 주루코치를 거쳐 감독이 됐다. 44세 때였다. 공부하는 지도자였던 염 감독은 히어로즈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부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3년 째엔 한국시리즈까지 나섰다. SK 와이번스(현 SSG) 포함, 6시즌 동안 5번이나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탁월한 선수단 운영 능력 덕분에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2014년 준우승이 그의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 11월 LG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무조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답은 '토털 베이스볼'이었다. LG의 전력은 이미 강했지만, 더 강한 백업 선수와 불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유영찬·백승현·박명근 등 빠른 공을 던지는 신진급 투수들을 중용했다. 아울러 선발 투수들은 무한 경쟁을 시켰다. 고정된 지명타자를 두는 대신 체력 안배를 위해 여러 선수가 돌아가면서 출전했다.
철저한 준비는 결과로 이어졌다. 홀드왕 정우영과 세이브왕 고우석이 고전했지만, LG 불펜은 강했다. 믿었던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초반에 부진했고, 후반엔 플럿코가 이탈했지만, 임찬규가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다. 꾸준히 준비했던 김윤식이 살아났고, 선발로 전환한 이정용도 성공을 거뒀다. 정교함과 힘을 갖춘 LG 타선은 팀 타율, 득점 1위에 올랐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보냈다. 부진해도 선수 스스로 탈출할 때까지 기다렸다. 홍창기는 "감독님은 시즌 중에 컨디션이 나쁠 때도 '네가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했다. 켈리는 자신을 기다려준 염 감독에게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시했다.
LG는 정규시즌 9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휴식일 이동하던 차량에서 우승 소식을 접한 염 감독은 "잠실에서 팬들 앞에서 우승했다면 눈물이 났을 텐데…"라며 껄껄 웃었다.
LG는 한국시리즈 파트너를 기다리는 4주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무려 6번의 연습 경기를 가졌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은 1·2차전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 다소 힘들었지만,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섯 경기 만에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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