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미니 폭주' LG, KT 6-2 제압하고 시리즈 4승 1패 '우승'…29년 '한' 풀었다 [KS5]

김지수 기자 2023. 11. 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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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가 지난 29년의 응어리와 한(恨)을 잠실에서 풀었다. KT 위즈를 꺾고 꿈에 그리던 'V3'를 달성하며 팬들과 함께 '승리의 함성'을 외쳤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LG 3승 1패) 5차전에서 KT를 6-2로 이겼다. 지난 7일 1차전 2-3 패배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8일 2차전 5-4, 10일 3차전 8-7, 11일 4차전 15-4 승리에 이어 이날 5차전까지 삼켜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LG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케이시 켈리가 우승의 발판을 놨다. 켈리는 1회초 수비 실책과 자신의 폭투 속에 시작과 동시에 고비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5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타선에서는 박해미니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를 포함해 게임을 지배하는 수비로 LG 승리를 견인했다. 문성주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김현수 1안타 3타점 등 고른 활약을 펼쳤다.

LG는 이로써 지난 1994년 태평양 돌핀스를 꺾고 창단 2번째 통합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에 KBO리그 정상에 올랐다. 2002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길고 긴 암흑기를 겪었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KT의 2023 시즌 여정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준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2021 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의 기쁨을 맛본 뒤 2년 만에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했지만 LG의 벽을 넘지 못했다.

KT도 LG 못지않게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정규리그 개막 직후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5월까지 최하위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6월부터 서서히 반등의 시동을 걸었고 7월에는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8월을 2위로 마친 뒤 후반기 막판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발됐지만 끝까지 LG와 KBO리그 역사의 남을 명승부를 연출하고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선발 라인업 

- KT: 
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경수(2루수)-정준영(우익수). 선발투수 고영표

1차전 승리 후 2, 3, 4차전에서 3경기 연속 패한 KT는 박경수가 선발 2루수로 복귀한 게 특징이었다. 루키 정준영이 베테랑 대신 우익수로 선발출전하는 것도 승부수다.

정준영의 경우 지난 11일 4차전에서 외국인 타자 알포드가 4회초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면서 대신 투입돼 게임을 끝까지 소화했다. 3타수 1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던 가운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선발출전의 영광을 안았다.

선발투수는 고영표였다. 고영표는 지난 7일 1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KT의 3-2 승리를 견인한 바 있었다.

KT는 고영표가 시리즈 전적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보여준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의 재현을 기대했다. 

고영표는 다만 정규리그에서는 LG전 4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1차전 때와 다르게 LG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100%인 점도 불안 요소다.

이강철 KT 감독은 "정준영이 잘하고 있다. 타격감도 좋고 야무지게 잘한다"며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또 "고영표가 잘 던져줘야 한다. 5회만 버텨줬으면 한다"며 "오늘 5차전에서 쿠에바스를 안 쓰고 이기면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LG도 쫓길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고 내일 6차전을 할 수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오늘 선발투수를 아끼며 이겨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되든 이겼으면 좋겠다. 오늘 이기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플레이오프 때도 그랬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LG: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

LG는 예상대로 라인업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앞선 1, 2, 3, 4차전의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갔다. 주축 타자들이 게임을 치를수록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는 만큼 염경엽 LG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위치에서 5차전에 돌입할 수 있도록 했다.

베테랑 김현수는 지난 11일 4차전에서 결승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고 주전 3루수 문보경도 짜릿한 손맛을 보면서 좋은 기운을 안고 5차전을 준비했다.

선발투수는 켈리였다. 1차전에 이어 엿새 만에 고영표와 리턴 매치를 치르게 됐다. LG 벤치는 켈리가 지난 7일 1차전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 후 닷새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호투가 기대하고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어떤 감독이든 오늘(5차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거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다. 중요한 게임일수록 기본기에 충실해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며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략을 짜야지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홈런이 많이 나오면서 게임 흐름을 많이 바꿨다. 전력 분석 파트에서 계속 선수들에게 얘기를 해주고 있는데 선수들이 루틴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청백전을 치르면서 타격감 유지를 위해 노력한 게 빛을 보고 있다. 5차전에서는 KT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누가 잡아서 장타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내다봤다.

▲나란히 초반 위기 넘긴 켈리와 고영표, 팽팽한 '0'의 균형

LG와 KT 모두 경기 시작과 함께 득점 찬스를 맞았다. KT는 1회초 1사 후 김상수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LG 우익수 홍창기의 포구 실책을 틈타 2루까지 내달려 1사 2루 기회가 중심 타선에 연결됐다.  

KT는 황재균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번타자 박병호의 타석 때 LG 켈리의 폭투로 2루에 있던 김상수가 3루까지 진루했다. 박병호도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1·3루 찬스가 차려졌다. 하지만 켈리가 장성우를 내야 땅볼로 솎아 내면서 KT의 1회초 공격은 소득 없이 끝났다.


LG도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가 KT 1루수 박병호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홍창기가 후속타자 박해민의 타석 때 2루 도루 시도가 KT 포수 장성우의 정확한 송구에 잡혔다. LG는 홍창기의 도루 실패 이후 박해민이 중견수 뜬공, 김현수가 1루수 땅볼에 그쳐 점수를 얻지 못했다.

2회도 흐름은 비슷했다. KT는 2회초 2사 후 박경수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후속타자 정준영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상위 타선으로 찬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LG는 2회말 선두타자 오스틴 딘, 1사 후 문보경의 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2, 3차전 연이어 홈런포를 가동했던 박동원이 들어서며 큰 것 한방이 기대됐다. 그러나 박동원이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4-6-3 병살타를 치면서 2회말 공격이 허무하게 종료됐다.

2회까지는 켈리와 고영표 모두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고영표 공략한 LG 하위타선, 해결사로 나선 박해민

팽팽하던 '0'의 균형은 3회말 LG 공격에서 깨졌다. LG는 선두타자 문성주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3이닝 연속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이어 신민재가 고영표에게 볼넷을 골라내며 무사 1·2루 찬스가 상위 타선 앞에 차려졌다.

LG 벤치는 여기서 홍창기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홍창기가 침착하게 작전을 성공시키면서 1, 2루 주자들에 한 베이스씩 진루해 1사 2·3루가 됐다. 

LG는 이 기회를 살려냈다. 박해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박해민은 고영표를 상대로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LG에게 2-0의 리드를 안겼다. LG가 'V3'를 향한 불씨를 당기는 순간이었다.


박해민은 방망이에 이어 빠른 발로 KT를 괴롭혔다. 후속 타자 김현수의 타석 때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했고 완벽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함께 성공시켰다. 

LG는 박해민의 도루로 이어간 1사 3루 추가 득점 기회에서 김현수가 내야 땅볼을 쳤지만 행운이 따랐다. KT 1루수 박병호의 포구 실책 속에 김현수가 출루했고 3루 주자 박해민까지 홈 플레이트를 밟아 3-0으로 달아났다.

▲KT 좌절시킨 박해민, 슈퍼캐치로 경기를 지배하다 

KT는 3회말 3실점 후 4회초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1사 후 문상철의 안타, 2사 후 박경수의 볼넷 출루로 주자를 모았다. 2사 1·2루에서 9번타자 정준영의 타석 때 대타 김민혁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민혁의 한방을 기대했다.

김민혁은 켈리를 상대로 좌중간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LG 중견수 박해민이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낚아채면서 KT의 4회초 공격을 종료시켰다. 



박해민은 포구 직후 일어나 포효했고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 3천여 명의 LG 팬들은 박해민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고 경기 흐름은 LG 쪽으로 기울어 갔다.

▲힘겹게 1점 만회한 KT, 5회까지 책임진 켈리 

KT는 5회초 선두타자 배정대와 김상수의 연속 안타로 5차전 시작 후 가장 좋은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황재균-박병호-장성우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황재균이 내야 땅볼에 그치면서 아웃 카운트 하나만 소진됐다. 1사 1·3루에서는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외려 득점은 상대 실수로 나왔다. KT는 2사 1·3루에서 장성우의 타석 때 켈리의 폭투가 나오면서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진루, 스코어가 3-1로 좁혀졌다. LG 포수 박동원의 홈 송구 실책으로 1루 주자 황재균이 3루까지 진루해 2사 3루 추가 득점 기회가 이어졌다.

그러나 켈리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장성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추가 실점 없이 KT의 거센 추격을 잠재웠다.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강공으로 응수한 LG,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음 더 다가서다

LG는 5회말 곧바로 도망갔다. KT가 5회말 시작과 함께 이상동으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LG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LG는 선두타자 홍창기의 내야 안타, 박해민의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중심 타선에 연결했다. 

박해민은 여기서 또 한 번 재치를 발휘했다. 김현수의 타석 때 2루를 훔치면서 상황을 무사 1·3루에서 무사 2·3루로 만들었다. 김현수가 이에 화답하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LG는 5-1로 점수 차를 벌렸다.

LG는 6회말 1점을 더 보탰다. 선두타자 문보경의 2루타와 박동원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 찬스를 잡았고 문성주가 깨끗한 우전 안타로 문보경을 홈으로 불러들여 스코어는 6-1이 됐다.

▲쉽게 물러서지 않은 KT,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리다

LG는 6회초 이닝 시작과 함께 투수를 켈리에서 유영찬으로 교체했다. 유영찬은 한국시리즈 2차전 2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3차전 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좋은 기운을 5차전에서도 이어갔다.

유영찬은 6회초 선두타자 문상철과 알포드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박경수까지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KT는 7회초 유영찬 공략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조용호가 우전 안타를 치고나갔고 배정대의 3루수 땅볼 때 2루까지 진루했다. 1사 2루에서 김상수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박해민에게 잡힌 사이에는 3루에 안착했다.

조용호는 기어이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유영찬의 폭투로 득점하면서 KT에 귀중한 만회 득점을 안겼다. KT는 5-2로 추격하면서 마지막 희망의 불꽃을 태웠다.

▲리드 지켜낸 LG, 29년의 설움 날린 'V3'의 완성

LG 불펜은 3점의 리드를 지켜냈다. 7회초 2사 1루 추가 실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가 KT 4번타자 함덕주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추격 흐름을 끊어놨다. 

함덕주는 8회까지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LG는 9회초 클로저 고우석이 헹가레 투수의 특명을 안고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아웃 카운트 3개를 책임졌다.

고우석이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 LG의 'V3'가 완성됐다. 1994년 이후 너무도 간절했던 트로피를 안방 잠실에서 품고 구단 역사의 새로운 역사를 새겼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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