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메가시티 논쟁 들여다보니 [스페셜리포트]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11.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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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팽창 집착 땐 ‘메가 베드타운’ 전락
기업·문화·주거 융복합 ‘직주락’ 필요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내놓은 ‘메가시티’ 담론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국을 흔들고 있다. 서울은 물론 지방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인접 도시를 연결해 메가시티를 만들자는 구상은 과거 정부에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진원지가 서울이라는 점과 총선을 앞뒀다는 시기적 특성으로 파급력이 다르다.

이와 관련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한데 모이지 않는다. 주민 불편 해소와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찬성 의견이 있는 반면, 절차나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섣불리 편입을 추진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비등하다.

전문가들은 편입 전 ‘교통 인프라’ 등 계획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정국 달구는 메가시티 논쟁

서울 → 지방으로 확장

메가시티라는 말은 ‘매우 큰 도시(Very Large City)’라는 의미다. 메가시티를 결정하는 유력한 기준은 도시의 인구다. 메가시티 판단 기준은 인구 300만, 800만을 거쳐 1000만명까지로 점점 바뀌어왔다. UN은 연도별 ‘The World’s Cities’ 보고서에서 인구가 1000만명 이상인 도시를 ‘메가시티(Megacity)’라고 규정하면서 전 세계 메가시티 수가 2030년 43개에 달할 것으로 봤다.

최근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메가시티 논쟁은 크게 두 가지 갈래다.

첫째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국한된 메가시티 논쟁이다. 둘째는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대구, 충청 등 거점 광역도시를 포괄하는 메가시티 담론이다. 당초 김포시의 서울 편입 요구로 촉발된 ‘메가시티 서울’ 논쟁은 그 전선을 점차 지역 거점 도시로 확장하고 있다. 김포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을 논의하기 위한 국민의힘 특별위원회는 당초 가칭으로 사용했던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수도권’ 부분을 빼고 국토 균형 발전의 의미를 담은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논의 대상도 기존의 ‘메가서울’에서 서울, 부산, 광주 등 3축 메가시티와 함께 대구·경북과 충청권 행정 통합 등으로 확대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를 메가시티화하자는 구상은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이슈라고 판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메가시티는 생활권과 접근성이 전제된 광역 공간인데 김포의 현황은 그렇지 않은 만큼, 김포의 서울 편입이라는 협소한 차원의 메가서울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서울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처럼 도시와 지역이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결과라면 지금보다 서울이 확장되는 흐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가시티 구상은 느닷없이 떠오른 이슈도 아니다. 서울은 물론 각 지자체별로 여러 형태의 광역 경제권 구현을 위한 정책 도입이 검토 중이거나 이미 시행 중인 정책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메가시티는 네덜란드 란트스타트홀란드 같은 중소도시 연합이 아니라 대도시 중심으로 광역 경제권을 육성하자는 구상으로 과거의 광역 경제권 구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정리했다. 이어 변 교수는 “메가시티를 육성하거나 촉진하는 방법도 단순 편입 방식 외에 병합(대구+경북), 특별자치단체 설립(부울경), 광역계획기구 설치 방식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경우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수도권행정협의회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강수계관리위원회 등도 넓게 보면 광역 경제권 혹은 메가시티 실현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메가서울’ 찬성론 주장은

행정구역-생활권 불일치 완화

서울과 인접 도시 등을 메가시티로 육성하는 데 찬성하는 쪽은 행정구역과 생활권 간 불일치를 완화하는 데 메가시티 구상이 필요 조건이라는 주장을 편다. 서울의 경우 인구 집중에 따른 높은 밀도로 ‘집적의 불경제(높은 집값, 교통 혼잡,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면서 행정구역과 생활권 불일치 문제가 심화했다는 논리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 만들어진 행정구역이 도시의 발전상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일은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며 “서울의 실질적인 도시권역을 행정구역 안에 담아내려는 현재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메가시티화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주요 도시로 시선을 돌려도 ‘메가시티’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라는 게 찬성론에 선 전문가들의 논리다. 런던, 도쿄가 대표적이다. 영국 수도 런던은 행정구역상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으로 불린다. 면적이 1572㎢로 서울보다 두 배 반 더 넓다. 1965년 런던 대확장을 통해 런던 카운티와 주변 지역을 합쳐 현재의 광역권이 형성됐다.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 대도시권 중 가장 큰 권역으로, 2021년 중반 기준 인구는 약 880만명 정도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가 대표 메가시티다. 1943년 현재의 도쿄도 행정구역이 완성됐는데, 23개 특별구를 중심으로 서쪽 타마 지역과 남쪽 도서부로 구성된다. 서울시와 비교되는 도쿄 23개 특별구는 면적과 인구 면에서 서울시와 흡사하다. 그러나 범위를 도쿄도로 확대하면 면적은 약 2190㎢, 인구는 1400만명을 넘는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광역 교통이나 전기 등 기본 인프라를 조성할 때 분리해서 추진하는데 통합이 된다면 비용도 줄이고 도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논의를 서울 주변 다른 도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확산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지방 메가시티에 힘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방 불균형 해소와 균형 발전의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방 메가시티가 더 갈급

양보단 인프라 질적 개선 주력

메가시티 담론을 더 파고들면 의견이 또 나뉜다. 서울과 주변 지역에 국한된 협소한 의미의 메가시티 구상에는 반대하되, 지방 주요 광역도시로 메가시티 담론의 전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다. 국토의 균형 발전과 저출산, 고령화 해법을 위해 서울뿐 아니라, 지방 주요 광역도시로 메가시티 정책의 외연을 넓히자는 것이다. 주요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방 불균형 해소와 균형 발전의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며 “지방 메가시티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수도권 빨대 현상을 타파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하려면 지방 도시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이 소멸하고 슬럼화하는 상황에서 기껏 이전해놓은 행정 중심 복합 도시를 두고 다시 서울을 키우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더 이상 인구가 도시 경쟁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으며 꼭 면적과 인구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어 “수도권까지 합쳐 인구가 충분한 서울은 서울대로 놔두고, 지방의 경우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방 거점 도시를 두는 것이 맞다”며 “단 대전, 대구, 광주 말고 청주 같은 중소도시가 거점 도시가 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광역시를 거점 도시로 두면 인구가 광역시로만 집중돼 농촌 지역과 중소도시가 더욱 쇠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충분한 공통분모를 가진 지방 거점 메가시티로 정책 방향을 잡는 게 맞다. 하부 도시 혹은 거점 도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농촌 지역까지 연결되는 진짜 메가시티가 된다”는 것이 권 교수 주장이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된 상황에서 서울을 지금보다 더 큰 메가시티로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일수 DS투자증권 상무는 “서울을 메가시티로 키우는 것은 도시 행정과 정책 일원화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구 밀집을 가중화시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는 지방 광역도시의 메가시티 정책은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비용 지원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출산 확대를 위한 주거, 교육시설의 선택과 집중,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헬스케어·사회편의시설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방 거점 도시를 메가시티로 키우더라도 단순히 면적과 인구에 집착하는 양적 팽창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서울은 물론 지방 광역시도 이미 충분히 광역화됐으므로 도시 확장에 매몰될 게 아니라 기존 인프라 보완, 확충 등 질적 도약에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 광역시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도 주변 지역을 흡수 통합해 이미 면적으로는 충분히 광역화됐다고 판단된다”며 “지금도 확장된 지역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외형만 더 확장해 메가시티를 만든다고 무엇이 변하고 차이가 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지리적 조건을 최대한 살리는 차별화된 개발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교통 인프라 구축, 주거 환경 개편 방안 등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국토 공간 개편의 구조나 지역 균형 발전 단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백가쟁명식으로 정책이 난무했지만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참여 정부 때는 임기 말기였던 2007년부터 광역 경제권(당시 초광역 경제권)이라는 이름으로 기본 구상이 발표됐고 수도권을 포함한 5개 초광역권과 강원, 제주의 지역을 5+2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MB정부 때는 이를 수용해 5+2 광역 경제권으로 수용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MB정부에서는 광역 경제권 중 수도권 경쟁력 강화와 규제 완화에 집중하면서 지방 광역 경제권의 정책 동력은 상실됐다.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박근혜정부 때 ‘행복생활권’이라는 소 단위로 변경됐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집적 불경제에 대응하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지방의 집적 경제를 살리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동시에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수도권 쏠림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현상으로 쏠림이 멈추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수도권은 ‘높은 집값-낮은 출산율’로 이어지는 가장 나쁜 형태의 집적의 불경제를 보이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은 밀도가 낮아져 집적의 경제를 잃어가는 상황으로 좋은 일자리가 사라져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 교수는 “수도권은 슈퍼메가시티로 초광역적 연계에서 비롯된 힘을 갖고 있는 반면, 비수도권은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기에 바빠 초광역 인프라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했다”며 “지방에서 가장 시급한 건, 초광역권 내에서 공간의 뼈대인 거점과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을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거점에 기업을 대거 유치하고 문화, 의료, 상업, 주거가 융복합된 ‘직주락’ 공간을 만들어야 도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일본 등 해외 메가시티 뜯어보니
핵심은 산업 기반 ‘자족’…인구 집착 말아야
해외 메가시티 프로젝트 사례는 여럿이다. 영국의 ‘더 그레이트 런던’ ‘광역맨체스터연합기구’, 프랑스의 ‘그랑 파리’, 일본의 ‘도쿄도’ ‘간사이광역연합’ 등이다. 이들이 메가시티 프로젝트에 뛰어든 배경은 제각각이다. 다만 ‘도시 경쟁력’을 키우고 지방 연합의 경우 ‘자족화’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메가서울 담론이 떠오른 뒤 일각에선 “해외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 혹은 “도시가 커져야 경쟁력이 개선된다”는 식의 주장이 잇따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인구나 면적이 경쟁력이라면, 인도 뭄바이 대도시권이나 카이로 대도시권은 국제적 도시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도시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 도시 공간 구조 체계로 인구는 600만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해외 사례의 경우 행정구역부터 묶고 메가시티가 된 게 아니다”라며 “주요 지역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메가시티로 변화,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일단 (해외 사례를) 따라 하고 이후에 잘 살아보자는 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언급되는 해외 사례 중 일부는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쿄 외곽을 보면 빈 집이 늘고 있으며 새로운 인구 유입이 없다 보니 집을 공짜로 주거나 사용권을 주기도 한다”며 “런던이나 파리는 이미 정체 도시고 앞으로 쇠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도권 혹은 지방 도시의 메가시티는 ‘자족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 계획 없이 만들면 규모만 비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메가시티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한 자족 기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지난해 ‘해외 메가시티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비슷한 의견을 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일기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해당 구역의 주력 산업을 대상으로 집중 지원 체계를 구성해 지역 전체 성장을 유도한다”며 “예를 들어,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의 경우 생명과학, 의료기기, 신에너지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특정 산업 특구를 조성하기 위해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펼쳤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단순 규모 확장을 위한 메가시티’와 차이가 있다. 김일수 DS투자증권 상무도 “주거 단지 위주의 개발 정책보다는 생산 가능 시설을 확충해 지자체 재정 경쟁력을 높이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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