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견제하려 한국 끌어들여?…中 위장 언론사 가짜기사였다
중국 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만들어 기사 등을 무단으로 퍼뜨렸다고 국가정보원이 13일 밝혔다. 국정원은 "미상의 배후 세력이 친중·반미 콘텐트를 유포해 국내 여론 조성에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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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언론 만들어 '가짜 뉴스'
이날 국정원에 따르면 중국 언론홍보업체 '하이마이'(Haimai)와 '하이준'(Haixun)은 정상적인 국내 언론사 사이트로 위장하기 위해 언론사명과 도메인을 실제 지역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했다. 서울프레스(seoulpr.com), 부산온라인(busanonline.com), 충청타임즈(cctimes.org) 등으로 이름을 짓는 식이다. 이번에 적발된 위장 사이트만 38개로 이들은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를 사칭했다.
이들 사이트는 실제 국내 언론 기사를 정상적인 계약 없이 불법으로 게재하는 데 더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친중·반미 성향의 콘텐트도 이와 함께 유포했다. 이를 위해 기업과 기관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과정을 돕는 '뉴스 와이어' 서비스를 악용했고 서버는 중국 등 해외에 두고 운영했다고 한다.
반미·친중 콘텐트 유포
일례로 지난 6월에는 '일 핵폐수 배출은 우리나라 식품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대구 저널'이라는 위장 웹페이지에 게시됐다. 일본이 방류하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폐수'라고 부르며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 내 여론을 마치 한국 언론이 작성한 기사 혹은 보도자료처럼 둔갑시킨 셈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 프레스'라는 위장 웹페이지에 '한국, 미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득보다 실이 많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를 봉쇄하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민주적 세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각종 포석이 한국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 등이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한국도 지난 3월 2차 정상회의를 미국과 공동 개최했다. 이를 "한국에 득보다 실이 많은 불리한 선택"으로 깎아내리며 "친중, 반미 여론을 선동했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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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도 조작
지난해 10월에는 '타임즈 뉴스와이어', '서울 프레스' 등 위장 웹사이트 18곳에 '주한미군 세균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깜깜이 실험'이라는 글과 함께 유튜브 영상의 링크가 게시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의 뉴스 영상에서 로고를 삭제하고 자체 보도 영상인 것처럼 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튜브 영상에는 '이것이 바로 사실의 진실이다!', '미군이 한국을 떠날 것을 강력해 요구하다' 등 어색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로 작성된 댓글들도 포착됐다.
앞서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업 '맨디언트'가 지난 7월 공개한 보고서에도 이번에 국정원에 의해 적발된 중국 언론홍보업체 하이준 소유의 위장 웹사이트 72개에 대한 내용이 담겼는데 이중에도 한국어로 제작된 사이트가 9개 포함돼 있었다. 해당 사이트의 콘텐트 중에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나를 한국의 X새끼로 만들었다'는 제목으로 주한미군을 비판하는 내용의 만화 등이 올라와 있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과거에 이러한 수법은 대부분 한국이 아닌 미국 등 해외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을 상대로도 위장 언론 사이트와 게시글을 만들어 SNS에 유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하지는 않지만 배후 세력의 활동 가능성이 있으며 유관 부처와 협조해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이러한 위장 웹사이트를 "이스트시큐리티, SK쉴더스, S2W, 윈스 등 국가사이버안보센터 합동 분석 협의체 소속의 국내 보안업체들과 함께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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