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먹고 10~30분내 우윳빛 분수토… 수술로 완치 가능”
심주현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내용물이 녹색·갈색일 땐 다른 질환
수술 6시간 뒤 수유 다음날 퇴원 가능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가 엄마 젖이나 분유를 먹자마자 분수처럼 쏟아낸다면 초보 부모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번뿐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먹는 족족 토해내고 빈도와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걱정은 더 커진다. 심주현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13일 “생후 2주부터 수유 후 10~30분 이내에 소화되지 않은 모유(혹은 분유)를 분수처럼 뿜듯이 토하면 ‘비대성 유문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림하다 게우는 식의 구토와는 구별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단만 되면 수술로 완치할 수 있으며 최근엔 ‘초소형 복강경’을 통해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고 간단히 수술하는 추세”라고 했다. 심 교수는 초소형 복강경을 활용한 소아외과 수술 전문가다. 그에게 영아 비대성 유문협착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왜 생기나.
“위에서 십이지장(소장의 초입)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유문(사진)’이다. 점막과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 근육층이 두꺼워져 통로가 좁아지면서 위 속의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못하고 역류해 아기가 식후에 반복적으로 구토를 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유문 근육 두께가 생후 일수 및 몸무게와 비례하는 것이 발견돼 유문근 비대가 선천적 이유보다 출생 후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됐다.”
-드문 질환인가.
“아시아에서는 출생아 1000명 당 0.6명꼴로, 4~5명 가량 발생하는 서양에 비해선 빈도가 낮다. 대부분의 선천성 질환이 5000명 당 1명 정도로 발생하니 그에 비하면 꽤 흔한 편이다. 소아외과 질환 중에서도 드물지 않다. 연간 신생아 20만명 중 120명 정도가 유문협착증일 것으로 추산된다.”
-언제 주로 발견되며 어떤 증상을 보이나.
“생후 2주~12주 사이 모유나 분유를 먹고 10~30분 내에 ‘우윳빛 구토(일명 분수토)’를 한다. 출생 직후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구토가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엄마가 증상이 있자마자 병원을 찾는다. 엄마들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단순히 트림하다가 게우는 것과는 구별된다. 생후 3개월 이후 오는 경우는 드문데, 자연적으로 두꺼워진 근육이 얇아지기도 한다.”
심 교수는 “외과적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구토와 탈수가 심해져 전해질 이상(대사성 알칼리증)이 지속될 경우 근육 경련이나 콩팥 기능 이상, 심정지, 뇌전증, 의식불명, 사망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위험 인자가 별도로 있나.
“일부 선행연구를 보면 남아(특히 첫째 남아), 유문협착이 있는 부모 또는 형제자매, 생후 첫 몇 주에 특정 항생제 사용, 임신 중 흡연, 젖병 분유 수유 등과 연관성이 있었다. 남아가 여아보다 4배가량 흔히 발견된다. 젖병 수유는 젖병 때문인지, 분유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항생제는 매크로라이드 계열(에리스로마이신)이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항생제는 위험을 높이지 않는 걸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엄마가 당뇨병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4.5배 높았는데, 신생아 혈액 내에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이 높아져서 유문근이 두꺼워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른 질환과 구별할 점은.
“신생아들은 ‘식도하부괄약근’이 미성숙한 상태여서 정상적으로도 게울 수 있고 한 번에 먹이던 양보다 좀 줄이면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또 감염 질환으로 위장염이 생기거나 뇌수막염 등으로 뇌압이 올라가도 구토할 수 있다. 유문협착증은 감염 질환이 아니므로 발열이 동반되지 않는다. 어떤 아기들은 게우는 빈도가 매우 잦아 간혹 이를 분수토로 착각해 병원에 급히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구토 색깔이 우윳빛이 아니고 소장 내용물이 섞여 녹색(담즙색)이나 갈색을 띨 땐 달리 생각해야 한다. 이는 유문협착이 아니고 그보다 아래쪽 소장 폐색 증상일 수 있다. 소장의 일부 혹은 여러 부분이 끊어져 있거나 막힌 채로 태어나는 병이다. 또 소장 전체가 꼬이면서 ‘상장간막동맥(소장을 먹여살리는 혈관)’ 역시 꼬여서 소장으로 혈류가 차단돼 괴사되는 ‘중장 염전’ 등 응급수술이 필요한 질환과 감별도 놓쳐선 안 된다.”
-진단·치료는 어떻게.
“구토 증상만으로 거의 감별할 수 있지만 초음파 진단이 정확하다. 유문근 두께가 4㎜(정상은 2㎜), 길이가 15㎜(정상 10㎜) 이상이면 대부분 진단된다. 하지만 유문근 두께와 길이는 환아의 몸무게와 생후 일수와 관련성이 높다. 신생아인 경우 일반적인 기준보다 근육이 더 얇고 길이가 짧아도 증상이 있을 수 있어 3㎜ 이상만 돼도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수술(유문근절개술)이 가장 확실하고 100% 가까운 성공률을 보인다. 재발도 거의 없고 자라면서 문제 되지 않는다.”
심 교수는 “특히 굵은 바늘 크기의 초소형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은 배꼽을 포함해 3㎜의 작은 절개창 3개만으로 가능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수술 후 6시간 내 빠른 수유와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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