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에 故김영옥 美 육군 대령

이철재 2023. 11. 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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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한 재미교포 고(故) 김영옥 대령을 대신해 김용환 김영옥평화센터 이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시상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백선엽 한미동맹상은 한·미 동맹의 의의를 되새기고 한국 방위에 헌신한 미국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를 담아 지난 2013년부터 동맹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미국인 1명을 매년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용환 이사장,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전민규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제대한 뒤 6ㆍ25 전쟁이 일어나자 부모의 나라를 돕겠다며 바로 한국으로 달려온 재미동포 고(故) 김영옥 대령(1919~2005)이 국방부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제11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13일 수상했다.

국방부는 "고 김영옥 대령이 보여준 뛰어난 용맹과 애국심, 휴머니즘과 인간애는 오늘날까지도 양국 국민 모두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으며, 이번 백선엽 한미동맹상 수상은 70주년을 맞이한 한ㆍ미 동맹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백선엽 한미동맹상'은 한·미 동맹이 60주년을 맞았던 2013년에 만들어졌다. 한·미 동맹의 의의를 되새기고 한국 방위에 헌신한 미국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를 담아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미국인 1명을 매년 수상자로 선정한다.

상의 명칭에는 "우리가 영웅으로 여기는 백선엽 장군의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미국 측 뜻이 반영됐다. 수상자에게는 국방부 장관의 감사장, 한·미 동맹상 메달과 함께 중앙일보가 지원하는 포상금 3만 달러(약 3970만원)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시상식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한국-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국방장관 환영 만찬의 행사로 열렸다. 수상자인 고 김영옥 대령의 유가족이 직접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김용환 김영옥 평화센터 이사장이 대리 수상했다.

시상식에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감사장을 전달했고,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가 한미동맹 메달을 걸어줬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김 이사장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수상을 축하했다. 김용환 이사장은 고 김영옥 대령의 유족 측에게 감사장, 메달과 함께 중앙일보가 마련한 부상(3만 달러)을 전달할 예정이다.

고 김영옥 대령은 1919년 미국 LA의 애국지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김순권씨는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대한인 동지회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어렸을 때부터 민족의식을 배운 그는 1941년 미국 육군에 입대했다.

고 김영옥 대령은 능력을 인정받아 보병장교로 진급했고, 하와이 출신의 일본계 2세대로 이뤄진 제100 보병대대의 소대장을 맡았다. 대대장 패런트 터너 중령은 한국계와 일본계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 김영옥 대령에게 원한다면 다른 부대로 전출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엔 일본인도 한국인도 없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며 같은 목적으로 싸운다"고 대답했다.

지난 2003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당시 김영옥 미 육군 대령의 모습. 연합뉴스

고 김영옥 대령은 제100 보병대대와 함께 이탈리아, 프랑스 전선에서 무공을 세워 수훈십자장, 은성무공훈장, 동성무공훈장(이상 미국), 레지옹 도뇌르(프랑스), 동성무공훈장(이탈리아) 등을 수훈했다. 레지옹 도뇌르의 경우 프랑스에선 최고 영예의 무훈 훈장이다. 그는 전투에선 늘 제일 앞에서 이끌었고, 항상 부대원을 누구보다 아끼는 리더십을 보였다. 일본계 병사들이 그를 진정한 소대장으로 존경하며 따랐던 이유였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전역한 고 김영옥 대령은 생계를 위해 세탁소를 열었다. 그러다 1950년 6ㆍ25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재입대해 한국으로 갔다. 한국은 부모의 고국이지만, 그에겐 전혀 낯선 나라였다.

6ㆍ25 전쟁에서 고 김영옥 대령은 미군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대대장으로서 구만산ㆍ탑골ㆍ금병산 전투 등에서 활약했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한동안 밀렸던 유엔군이 반격에 나설 때 가장 먼저 한탄강 이남 캔자스 라인(임진강~화천~양양)에 도달한 게 그의 부대였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아시아계 최초의 장군이 유력했지만, 한국군 육성을 돕기 위해 한직으로 여겨졌던 주한미군 군사고문단을 자처했다. 전쟁 때 입은 부상으로 평생 불편해 했지만, 지역 사회를 돕는 일을 쉬지 않았다. 500여 명의 전쟁고아를 돌봤고, 1972년 전역한 뒤엔 LA에서 한인건강정보센터ㆍ한미연합회ㆍ한미박물관 등을 세워 한인 사회에 기여했다.

2005년 그의 장례식에는 제100연대 일본계 노병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고 김여옥 대령의 누나 김월나씨(1917~2016)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유명 무대의상 제작자로, 미국 연극ㆍ뮤지컬 분야의 권위 있는 토니상 의상 부문에서 2회 수상한 경력이 있다.

국가보훈부는 한ㆍ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고 김영옥 대령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백선엽 장군 등과 함께 '6ㆍ25 전쟁 10대 영웅'으로 선정했다.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이들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나갔다.

백선엽 한미동맹상의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6·25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고(故) 월튼 워커 예비역 대장(2013),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비 옆 '19인 용사상' 주인공인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2014), 한미연합사 창설에 기여한 존 싱글러브 예비역 소장(2016),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수 막은 고 존 베시 예비역 대장(2017), 6·25 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으로 정전협정에 서명한 고 마크 클라크 예비역 대장(2018) 등 10명이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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