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 대응 전략 10년 만에 다시 쓴다
한·미 국방장관이 13일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해 10년 만에 확장억제 실행력을 담은 전략문서를 개정했다. 또 대북 확장억제 노력 향상과 제3국 견제가 담긴 '국방비전'을 별도로 발표하고,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의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장관은 9ㆍ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정지 문제도 논의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2023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승인했다"며 "2023 TDS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WMD 및 비핵능력에 효율적으로 억제 및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기틀로서 유연성을 갖춘 강력한 문서로 개정됐다"고 평가했다.
TDS는 미국이 양자 동맹국과 맺은 유일한 맞춤형 억제 전략으로 2013년 처음 작성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간 북한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TDS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며 "10년 전 TDS가 원칙적·포괄적으로 작성돼 전략문서로서의 기능을 적절히 발휘하기 어려웠던 만큼 개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2023 TDS'에는 미 핵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동맹능력을 활용하는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김정은의 선제 핵사용 위협과 최근 공개된 전술핵탄두 등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 전략과 방향성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북핵 사용 상정해 한·미 연합훈련
이에 따라 앞으로 한·미는 북한의 핵사용 상황을 상정해 본격적으로 연합연습과 훈련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신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TDS가) 한·미 공동 기획으로 실시되는 연합연습과 훈련 수준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지침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의 고도화가 상당히 진전됐기 때문에 한·미의 대응도 바뀌었어야 했다"며 "이 같은 노력이 문재인 정부에선 외면 받았는데, 지금이라도 개정으로 이어진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첫 회의가 열린 핵협의그룹(NCG)에 관한 평가도 이뤄졌다. 공동성명은 "NCG가 유사시 미국의 핵작전에 대해 한국의 재래식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의 과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핵사용에 대비한 한·미 동맹의 실효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 장관은 NCG의 진전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 핵 작전을 결합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고 역할이 확대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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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전 발표…북한뿐 아니라 중국 견제도
양국 장관은 또 이날 공동성명과 별도로 '한·미 동맹 국방비전'을 승인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올해 SCM을 기념하며 동맹 100주년의 미래 청사진을 준비한다는 취지다.
역대 국방비전과 유사한 문서로는 2010년 '한·미 국방협력지침’과 2019년 ‘미래 한·미 동맹 국방비전'이 있다. 이번 국방비전은 내용이 더욱 구체화했다. ▶북한에 대응한 확장억제 노력의 향상 ▶과학기술동맹으로의 진화를 통한 동맹능력의 현대화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 및 지역안보협력 강화 등 3가지 전략 순위를 골자로 했다. 이중 눈에 띄는 건 세 번째 내용이다. 군 당국자는 "한·미 동맹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라며 "자유·평화·번영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과 국방협력을 강화하는 등 지역안보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 견제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미 인도·태평양전략에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을 지낸 박철균 큐심플러스 최고 네트워킹 책임자(CNO)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등 인도·태평양 전체를 바라보고 위협을 인식하는 미국의 행보에 한국이 얼마나 보조를 맞추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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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9ㆍ19 군사합의 "긴밀히 협의"
오스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9ㆍ19 남북군사합의와 관련 "한·미 양국에서 의견을 나눴고, 앞으로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13일 SCM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미측은 이를 경청했다"고 전했다. 신 장관은 이날 오스틴 장관에게 군사합의의 효력정지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단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한·미가 어떤 방향을 정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장관은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게 되면 없어지는 건 김정은 정권이고, 얻어지는 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반한 통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지속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에 전략자산 전개를 지금과 같은 빈도로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제 답은 '예스'(Yes)"라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 선언'에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전개 빈도를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또 다른 항모도 곧 한반도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명시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등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때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남북이 합의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근원을 두고 있다"며 "핵포기 주체와 비핵화 대상이 북한이라는 점을 이번에 다시 한 번 한·미가 인식을 같이 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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