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 취약한 피돌봄자… 보호하고 능력 키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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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합리적 기제라는 생각의 바탕에는 경제 주체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옷가게에서는 누구나 품질, 가격,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알고 구매한다.
주식 시장도 '정보의 비대칭'이 문제 되는 곳이다.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슨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품질이 어떤 수준인지, 가격이 적당한지를 판단할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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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합리적 기제라는 생각의 바탕에는 경제 주체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옷가게에서는 누구나 품질, 가격,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알고 구매한다. 저녁거리를 사러 저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소비자는 ‘주권’을 행사하는 ‘왕’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 전제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알고 있다. 흔히 꼽는 것이 보험시장이다. 수많은 보험 상품을 다 비교해 볼 수는 없다. 주식 시장도 ‘정보의 비대칭’이 문제 되는 곳이다. 의료 시장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환자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무슨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고 자신이 받은 치료의 질도, 진료비가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다. 의료에 관한 한, 소비자로서 환자는 전혀 왕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슨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품질이 어떤 수준인지, 가격이 적당한지를 판단할 방도가 없다. 심지어 의사라 할지라도 환자가 돼 병원에 갔을 땐 진단과 치료의 과정을 다른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돌봄 서비스를 받는 아동·노인·장애인은 몸과 마음이 취약하다. 미성숙한 상태의 아동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 능력이 낮거나 체력이 저하된 장애인·노인은 돌봄 제공자에게 순응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는 개별화돼 충족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시설에 있다가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갖게 된 어느 장애인은 “내 방 소파에서 리모컨을 들고 퍼져 누워 내가 보고 싶은 TV를 마음대로 보는 것이 너무 좋다”고 기뻐한다. 때로는 이 수준을 넘어서는 인권 침해도 일어날 수 있다. 돌봄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을 넘어 ‘권력의 비대칭’에 직면한다.
이럴 때 소비자 쪽의 대책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피해 신고의 접수와 지원, 소비자 교육, 정보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급자가 잘해 주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위법한 일이 있을 땐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우선 해야 할 대책은 은폐된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돌봄 제공기관은 언제든지 공개해 은밀한 부분이 없도록 하고 공개해도 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도 늘려가야 한다.
(재)돌봄과 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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