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 취약점 '대북 감시' 공백, 미국 위성으로 메운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SEWS, Shared Early Warning System)를 통해 동맹의 탐지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불거진 대북 감시 공백을 미국 위성으로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 장관은 고도화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여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를 통해 동맹의 탐지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군은 그동안 실시간으로 공유 받지 못했던 미군의 조기경보위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북한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신원식 장관은 계기마다 '9·19 군사합의'와 관련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도발 징후를 실시간 파악하는 데 굉장한 제약이 있어 최대한 빨리 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SCM에서 SEWS를 통해 대북감시 공백, 특히 북한 미사일 감시 및 탐지 공백에 대한 보완 성격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틴 장관도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9·19 군사합의 관련 질문에 "한·미 양국에서 의견을 나눴고, 앞으로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 창설된 주한 미우주군(SPACEFOR-KOR)은 동맹국에 북한의 발사체 탐지 경보정보를 제공하는 SEWS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의 탄도미사일이 발사할 때 나오는 화염을 추적하는 열적외선 위성인 방어지원프로그램(DSP)과 우주배치적외선체계(SBIRS) 등이 포함돼 있다.
열적외선 위성은 고도 3만 5862㎞에 위치한 정지궤도에서 적외선 탐지기를 통해 지상을 감시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분출하는 고열의 배기 화염을 탐지한다. 미국은 6기의 DSP 위성으로 지구 전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1~2기가 한반도 일대를 커버하고 있다. 고도 3만 5700㎞ 상공에서 운용하는 적외선 위성의 경우에는 미사일에서 나오는 열을 우주에서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스캐닝 센서와 미사일 탄두를 추적하는 적외선 추적 센서를 가졌기 때문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탐지할 수 있다.
미국이 냉전 시기 소련의 ICBM 발사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이 시스템은 미사일이 발사 후 즉시 탐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물론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군의 주력 장사정포 동향 등을 사전에 파악해 작전 반응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풀업 기동(미사일이 하강단계에서 상승하는 기동)' 등 다양한 미사일 능력 등을 실전화하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복합적인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방부는 "현재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 다양한 우주기반의 탐지능력 확보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며 "정보공유체계 구축 시 현재 운용 중인 DSP, SBIRS 이외 추가로 개발될 탐지위성 정보공유의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미군 자산의 제한성으로 인해 평시엔 한반도 일대에서만 집중적으로 운용하는 게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유사시 한국군의 정보자산 풀이 넓어진다는 면에서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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