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해서? 천만에, 결혼해도 안 낳는다…저출산 배후엔 딩크족
출생아 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출산율을 지탱한 건 혼인한 부부의 출산율이다. 그런데 부부 출산율마저 2010년대 중반 이후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상 최저 출산율(0.78명)을 기록했는데 ‘딩크족’의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결혼을 안 해서 출산율이 낮아진 것”이라는 이전까지 통용되던 논리는 더는 사실이 아니다.
2015년 전환점…결혼해도 안 낳는다
13일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등의 ‘유배우 출산율 변화’ 논문에 따르면 2020년 부부의 합계출산율은 1.13명이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도 평균적으로 1명을 조금 더 낳는 데 그쳤다. 2015년(1.5명)보다 대폭 하락했다. 부부 출산율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는 1.4~1.5명대를 유지해왔다.
“출산 정책, 맞춤형으로 해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인구학회지에 게재한 ‘1992~2021년 한국 출생아 수 변화 요인’ 연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이 교수는 2012~2021년 부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이 기간 출생아 수가 8만9377명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전체 출생아 수 감소 폭의 40.6%에 달한다. 혼인율 하락이 출생아 수 감소에 미친 영향(48.1%)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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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 일” 30대 여성 경제활동 ↑
이른바 ‘딩크족’이 늘어난 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커리어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팽배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년 차 직장인 장모(30)씨는 지난해 초 결혼하기 전 남편과 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했다. 장씨는 “아이를 갖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게 결혼 조건이었다”며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고, 하는 일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1%포인트 높아졌고, 10년 전(57.5%)과 비교하면 13% 높은 수준이다. 김지연 한구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자녀 양육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률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커리어를 유지하고, 사회적 성공을 추구할수록 출산·육아를 기피하게 된다는 뜻이다.
늦어진 결혼 연령, 부동산·교육비 문제 등
혼인 연령이 늦어지며 아이를 원했지만 가지지 못한 부부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2002년 남성(29.8세), 여성(27세)과 비교해 각각 3.9세, 4.3세 올라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결과 최근 5년(2018~2022년)간 불임치료 환자는 연평균 1.2%씩, 난임시술 환자는 3.8%씩 늘고 있다.
이 외에 부동산 가격 상승, 교육비 부담 등 부부 출산율을 낮춘 요인은 여럿이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혼인 출산율 저하 원인은 복합적“이라며 ”결혼 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비자발적 딩크가 늘어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건강검진 때 정자·난자 나이 등 임신 가능성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한 정책 방안“이라고 말했다.
딩크 빈곤율이 더 높아
자녀가 없는 부부가 자산 축적에 더 유리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2021년 자녀가 없는 노인의 빈곤율이 자녀가 있는 노인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55세 이상 무자녀 남녀의 빈곤율이 12.4%로, 유자녀 남녀(9.1%)보다 높게 나타나면서다. 딩크 부부가 고령이 됐을 때 자신을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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