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넘보던 주담대 금리 상승 멈췄나…"연초까지 지켜봐야"

김경희 2023. 11. 13. 17: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뉴스1

연 8%대를 넘보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다. 미국의 긴축 완화 시그널에 최근 시장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발맞춰 금리를 올리던 시중은행들이 다시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 등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3~6.25%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일주일 전인 지난 6일 연 4.21~5.61%에서 연4.13~5.53%로 상ㆍ하단이 0.08%포인트씩 내렸고, 신한은행도 연 4.96~6.26%에서 연 4.77~6.07%로 0.19%포인트씩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연 4.26~5.26%에서 연 4.13~5.13%로, 우리은행 금리도 연 4.69~5.89%에서 연 4.51~5.71%로 내려앉았다. 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 금리는 연 4.77~6.47%에서 4.55~6.25%로 상ㆍ하단이 각각 0.22%포인트씩 깎였다. 지난달 시중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식으로 금리를 밀어 올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우선은 주담대 고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13일 기준 4.489%를 기록했다. 지난 6일 4.523%보다 내려갔고, 연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26일(4.810%)에 비해선 0.321%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채 5년물이 다소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주담대 고정 금리는 다음 주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시중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조이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고금리 예ㆍ적금 유치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푼 것도 채권 시장에서 은행채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채권은 공급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내려가는데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이 하락할수록 올라간다.

은행들이 지난해 말 고금리로 유치했던 100조원의 예ㆍ적금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채권 발행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한 수신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 이미 전북은행의 ‘JB슈퍼시드 적금’(연 최고금리 13.6%) 등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연 10%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날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결혼ㆍ출산 가구 등에 연 최고 9%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한편 주담대 변동 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는 연 4.58~6.56%로 지난 6일(4.28~6.26)보다 상ㆍ하단이 0.3%포인트씩 상승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ㆍCOFIX)가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달 16일 공시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3.82%)는 은행권의 수신경쟁 심화로 전월보다 0.16%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3개월ㆍ6개월 단기 예금상품을 중심으로 금리가 다소 올라간 만큼 15일 공시되는 11월 코픽스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장기금리는 하향 안정화하고 단기금리는 상승세일 수 있는 만큼 대출 목적에 따라 다른 전략을 쓰라고 조언한다.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팀장은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하향 안정화 추세이기 때문에 1~2년 이내 상환할 계획이 있다면 당장은 부담스럽더라도 변동금리를 고려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대출받는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채권 시장이 불안정할 때 하는 것보다는 방향이 어느 정도 나오는 12월 말이나 내년 1월쯤 결정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