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는 세월 함께 한 봉사,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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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발로 깍으면 머리 못 묶어요. 그래도 단발로 잘라요?" 미용사가 묻는다.
옆에서 미용을 돕는 요양원 직원은 "지금도 예쁜데, 더 자르면 이상할 것 같아요"라고 조언한다.
이런 싱거운 상황은 미용봉사를 하는 이들에게는 흔한 모습이다.
정신요양원 외에도 예산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이·미용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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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기자]
▲ 오정숙(왼쪽), 김정옥(가운데), 유경희(오른쪽) 세 사람이 웃어 보이고 있다. |
ⓒ <무한정보> 최효진 |
"지금 단발로 깍으면 머리 못 묶어요. 그래도 단발로 잘라요?" 미용사가 묻는다. 옆에서 미용을 돕는 요양원 직원은 "지금도 예쁜데, 더 자르면 이상할 것 같아요"라고 조언한다. 손님은 "그런가"라고 수줍게 말하며, 그대로 위층 본인의 숙소로 가 버린다. 이런 싱거운 상황은 미용봉사를 하는 이들에게는 흔한 모습이다.
김정옥(62, 대흥 대률리)씨를 필두로 오정숙(61, 예산 예산5리), 유경희(60, 예산 주교리) 세 사람은 이·미용 봉사에 20년을 넘겼다. 김씨는 25년 동안을 봉사를 해 왔고, 1~2년 간격으로 두 사람도 봉사에 합류했다.
이날 방문한 곳은 예산정신요양원이다. 예전 예산정신과의원(수정원)이 있던 자리지만 지금은 요양원만 운영한다.
김윤식 원장은 "탄방리에서 2013년도에 지금의 간양리 자리로 이전했다. 세 분은 그 이전부터 봉사를 해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 봉사를 하고 있으니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칭찬을 계속한다.
이들의 선행을 기자에 알린 것도 자원봉사자 이재환씨다. 이씨는 "3년째 봉사를 하고 있지만 이분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봉사를 하고 있으니 존경스러울 따름이다"라고 감탄한다.
세 사람은 미용협회에서 처음 만났다. 긴 세월 동안 김정옥씨가 몇몇 미용사들과 함께 봉사를 해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고 결국 세 사람만 남았다.
정신요양원 외에도 예산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이·미용봉사를 한다. 한 달에 두 번 봉사를 하고 있는 셈. 평일에 봉사를 하다보니 생업에는 지장이 없을까?
맏언니인 김정옥씨는 손주를 보느라 잠시 일을 그만둔 상태이지만, 오정숙씨는 금지미용실을, 유경희씨는 미소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달에 두 번 봉사를 나오려고 하면, 고객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한다.
유씨는 "1일과 21일을 기준으로 봉사를 다니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손님들도 뭐라고 하지 않고 응원해 준다"며 되려 고객들을 칭찬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씨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재미있게 봉사한다는 것이 좋을 뿐이다"라며 웃는다.
다만 김씨는 이·미용봉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보통 종교 단체에서 이·미용 기술을 가진 사람은 그 조직안에서만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오씨 역시 "남들은 돈으로도 기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람 사는 것이 고만고만하다. 그래서 남에게 기부를 하지 못한다"며 "이·미용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라고 생각해, 재능기부라도 많이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권순주 사회재활팀장은 "쉬는 날, 우리를 위해서 헌신해 주시는 만큼 대단히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김 원장도 "몇 년 전 감사패를 드렸다. 저분들이 20년 넘게 봉사한 것에 비하면 보잘것 없다"고 추켜세운다.
세 사람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건강히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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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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