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0분기만 '흑자'지만 4분기 흐림…가스공사는 미수금 확대
재무 위기에 놓인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가 나란히 올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했다. 한전은 10분기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 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가스공사는 가스요금 동결 속에 미수금(민수용)이 12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자금 사정이 더 빡빡해지게 됐다.
13일 한전이 공시한 3분기 결산 실적(연결 기준)에 따르면 한전은 매출액 24조4700억원, 영업이익 1조996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5656억원)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플러스(+)'를 찍었다.
그동안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에 따라 2021년 이후 누적 적자 47조원, 올 상반기 기준 부채 201조원 등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해왔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하향 등으로 전력을 비싸게 사온 뒤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개선되면서 적자 행진을 힘겹게 벗어났다. 실제로 한전의 올해 1~3분기 전기 판매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29.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천문학적 손실 속에 운영자금 마련하기 급급하다가 한숨을 돌린 셈이다. 이날 한전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5.43% 오르면서 강세를 보였다.
다만 '반짝 흑자' 만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곧바로 되돌리긴 역부족이다. 올해만 봐도 3분기까지 쌓인 영업손실이 6조4534억원에 달한다. 다음 4분기 실적 역시 흑자를 이어가기 녹록지 않다. 실적 반등에 가장 중요한 전기요금이 3분기 동결된 데 이어, 4분기엔 산업용 대용량 전기 요금만 ㎾h당 10.6원 올리고 나머지는 동결하는 '절반의 인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4분기 인상분으로 하루 118억원 수준인 이자 비용을 메우기도 벅차다. 여기에다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엔 글로벌 에너지 가격도 올라가는 편이다.
증권가에선 한전이 4분기에 다시 6000억원대 적자를 낼 거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전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국제유가,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흑자 지속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해온 한전채가 발행 한도에 가까워지는 만큼 한전은 은행 대출 등으로 당분간 급한 불을 끌 가능성이 크다.
가스공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발표된 3분기 영업이익은 230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민수용(주택용ㆍ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12조5202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엔 8조5856억원이었지만, 채 1년도 안 돼 4조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상반기 말 대비로는 2767억원 증가했다. 3분기에 미수금을 줄여줄 가스요금 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수금은 가스를 원가 이하로 팔아서 생긴 일종의 영업손실인데, 장부상으로는 흑자로 잡힌다. 추후 요금에 반영해 받을 수 있다지만 미수금이 쌓일수록 당장의 자금 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채비율 500%(지난해 기준)인 가스공사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회사채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미 3분기 기준 발행 잔액이 29조4010억원으로 발행 한도(39조8901억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겨울철 '난방비 폭탄' 우려 등으로 정부는 가스요금 조정을 미루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MJ당 1.04원) 이후 요금 인상은 잠잠하다. 지난 8일 4분기 전기료 조정안을 발표할 때도 "가스요금은 이번에 동결한다"(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고 못 박았다. 정부는 국민 부담 증가를 내세웠지만, 에너지 업계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가스 수요가 늘어나는 4분기 실적은 더 악화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선 내년 1분기 기준 미수금이 14조~15조원까지 늘어날 거란 예측도 나온다. 자칫 재무 사정이 더 나빠지면 가스를 들여올 자금도 부족해질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미수금이 적자로는 안 잡혀도 회사채 발행 한도엔 반영되는 만큼 가스공사 자금 사정이 한전보다 더 급한 상황이다. 한전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도입가 상승 등으로 4분기엔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1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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