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포진한 '국어문화원'들, 이런 일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세종 정신으로 공공언어 바로잡기 운동을 펴고 있는 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우리 시대 <우리말글 가꿈이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공공언어 바로잡기에 애써온 단체와 우리말글 운동가들을 찾아 성과와 의미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김슬옹 기자]
▲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김덕호 회장(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을 지난 3일 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
ⓒ 김슬옹 |
현재 그 수가 늘어 모두 22개소의 국어문화원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말이 쉽고 바르게 쓰이도록 노력하는 기관인 국어문화원은 올바른 표기법이나 문장 감수 등의 국어 상담과 어르신이나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한 한글 교육, 한글과 한국어 관련 문화행사, 우리말 가꿈이 활동 등 다양한 일을 한다.
또 공공언어에 대한 상담, 교육, 개선 활동 등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런 국어문화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는 임의단체로서 업무처리에 한계가 있어서 2020년 2월 17일에 사단법인으로 발족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법인으로 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국어문화 정책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2년부터 경북대 국어문화원 원장으로 국어문화원연합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덕호 회장을 연합회 사무실(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서 지난 3일 만나봤다.
- (사)국어문화원연합회를 국민들께 쉽게 소개해 주신다면?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어문화원을 통합하고 지원하면서 국민들이 건강한 언어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의 국어정책 사업을 지원하고,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민족의 혼을 담아 이어온 우리 말과 글을 훼손하지 않고 본래 아름다움을 보전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지요.
현재 우리 연합회는 공공언어 개선 지원 사업으로 공공분야 외국어 순화 사업, 외국어 대체어 새말 마련 사업, 매체와 함께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 한글날 맞이 언어문화 개선 방송 제작 사업, 공공기관 국어책임관 활성화 지원 사업,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원 대상 쉬운 우리말 쓰기 교육 사업, 쉬운 말 쓰기 성과 확산을 위한 연수회 이외에 학술용어 정비 사업, 우리말 가꿈이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문학과 진학 뒤 사투리 연구하던 학생, 국어문화원장 되기까지
김 회장은 대학교수이지만 매우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국어국문학과를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는 늘 관심을 두었던 한글 학생 운동을 했고 졸업 후엔 중등학교 국어 교사로 10여 년 이상 교단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교사 생활 중에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해 토박이말의 보전을 위해 지역어(방언)를 연구했고 급속히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지켜내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어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국립국어원에서 근무했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어민족문화과(현 국어정책과)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기관인 국어문화원이 우리말을 품격있게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관련된 일에 매진하면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경북대 국어문화원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 경북대 국어문화원을 오랫동안 이끌어오셨는데 거의 독재하시는 거 아닌가요? (다 함께 웃음) 연합회장이 되시고 나서 연합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연합회가 생기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국어문화원 원장은 다른 보직과는 달리 특별 보수나 예우가 없습니다. 그러니 장기 독재가 아니라 장기 봉사죠.(웃음) 연합회 회장으로 추천받았을 때, 지금까지 '국어 사랑'의 길을 걸은 사람으로서 운명처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연합회장을 맡으면서 '국어는 제 운명'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요. 우선 연합회가 사단법인이 되면서 추진하는 관련 사업의 특성이 좀 더 분명하게 된 것이 좋습니다. 또 관련 기구나 기관에서 하는 사업의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자부심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앞으로 더 분명한 국어문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그럼 연합회가 우리나라 국어정책 수행에 차지하는 비중은 무엇인가요?
"민족의 혼을 담아 이어온 우리 말과 글을 훼손하지 않고 본래의 아름다움을 보전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는 일입니다. 민족문화의 창달이 국어문화의 고유성과 순수성을 지키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국어문화 조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민족문화의 발전과 국어문화의 품격을 높이는데 디딤돌 역할을 한다고 자부합니다.
요즘 서로 간에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문해력의 격차가 커지면서 소통에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언어가 이해하기 어려워서 대국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우리 연합회가 국가에서 위탁받아서 쉬운 공공언어 사용을 위한 사업과 상담, 교육, 개선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개별 국어문화원들이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국어문화원은 국어기본법 제24조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처음 2005년부터 국어상담소를 지정했다가 2008년에 국어문화원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지금까지 19년째 운영하고 있는 국가 지정기관입니다. 22곳 국어문화원이 17개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민의 올바른 국어문화 생활을 돕고, 공공언어를 바탕으로 한 지자체와 지역민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문화원을 지정받기 위한 필수 조건을 보면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9조에 책임연구원급 상담원 1인과 연구원급 상담원 2인을 두게 되어 있습니다. 국어문화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3명의 상근직 연구원을 두기 위해서는 합당한 처우가 보장되어야 하나, 그렇게 되지 않는 기관이 많아서 연구원 지원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지요.
또 각 지역에 지정된 국어문화원의 경우 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각 지역 대학 내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 보직으로 임명하는데, 대부분 이 보직은 학교에서 관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학내 구성원이 꺼리는 보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죠. 그런 이유로 몇몇 대학에서는 저처럼 한 분이 원장직을 수년간 계속 맡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 처우 개선이 어려운 이유와 개선책은 무엇인가요?
"2005년 지정된 이후 국어문화원은 지정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금 수준의 지원을 받은 시점이 2013년부터입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지원받는 예산은 국어문화 정책 사업과 행사에 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항상 예산이 부족하여 상임 연구원들의 안정된 고용이나 국어문화원 운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장이 지자체의 사업이나 연구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어렵게 문화원을 운영하는 실정이지요.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9조에 나오는 필수 상근 상담원 3명에 대해 고용할 수 있는 예산이 어느 정도 지원된다면, 국어문화원 운영은 안정이 되고 국민들의 국어문화 진흥과 대국민 소통을 위해 국가적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부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 국어문화원 현황 |
ⓒ 김슬옹 |
현재 국어문화원은 국어기본법 제14조에 따라 매해 2300여 공공기관의 어려운 공공언어를 순화하는 교육 자료 제작과 배부 및 전국의 국어책임관을 위한 연수를 담당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쉬운 우리말 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국어문화원 역할의 중요성이 더 잘 드러날 것이라고 김 회장은 힘주어 강조했다.
경북대 교수로 재직중이고, 연합회의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어서 상당히 바쁜 중에도 전국의 원장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소통하고 있다는 김 회장은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이렇게 말했다.
"품격 있는 국어를 사용하는 건전한 국어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는 기관에 대해 국민들께서 많이 호응해 주시고, 노력의 결과로 산출된 여러 가지 국어정책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시어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을 널리 사용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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