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에 요즘 입맛 한 숟갈, ‘고려 거란 전쟁’ [볼까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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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감과 진지함.
지난 주말 베일을 벗은 KBS2 '고려 거란 전쟁'은 이 같은 기존 대하 드라마의 공식은 지키면서도 요즘 입맛을 적절히 반영한 흔적이 엿보였다.
고려와 거란이 맞붙은 귀주대첩으로 시작해 정치에 관심 잃은 고려 제7대 황제 목종(백성현)과 대립하는 천추태후(이민영), 이로 인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유일한 용손 대량원군(김동준)의 이야기를 다뤘다.
볼수록 아는 맛이 더 맛있다는 걸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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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감과 진지함. 어른들의 전유물. 그동안 KBS 정통사극에 쏠리는 시선은 대체로 이랬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둬서다. 메시지 전달보다는 역사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에 주력하는 식이다. 지금까지의 정통사극은 이랬다.
지난 주말 베일을 벗은 KBS2 ‘고려 거란 전쟁’은 이 같은 기존 대하 드라마의 공식은 지키면서도 요즘 입맛을 적절히 반영한 흔적이 엿보였다. ‘고려 거란 전쟁’은 제목처럼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향해 달려간다. 긴 역사를 다루지만 속도감이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다. 분열되던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면서 동시에 고려군 총사령관을 맡은 강감찬의 이야기다. 현종은 그룹 제국의아이들 출신 배우 김동준이, 강감찬은 사극으로 잔뼈 굵은 배우 최수종이 연기한다.
1, 2회는 현종 즉위 전 혼란스럽던 정국 모습이 담겼다. 고려와 거란이 맞붙은 귀주대첩으로 시작해 정치에 관심 잃은 고려 제7대 황제 목종(백성현)과 대립하는 천추태후(이민영), 이로 인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유일한 용손 대량원군(김동준)의 이야기를 다뤘다. 목종과 대량원군은 천추태후와 김치양(공정환)의 계략으로 독살당할 뻔하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이 가운데 강감찬으로 변신한 최수종이 2회부터 본격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서사시의 서두인만큼 속도감이 빨랐다. 첫 방송 시작부터 대규모 전투로 대하사극 특유의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고, 과하지 않은 담백함으로 전개를 이어가 집중도를 높였다. 철저한 고증 역시 인상적이다. 훗날 현종으로 즉위하는 대량원군이 독살 위험에 처했던 당시 기록부터 남색과 향락을 즐긴 목종, 신하와 불륜 관계였던 천추태후 등 실제 역사가 가감 없이 담겼다. 자극성은 배제하되 화려한 화면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충족시킨 점이 돋보였다. 역사를 알면 드라마 속 충실한 고증을 즐길 수 있다. 역사를 모르면 차근차근 알아가는 맛이 쏠쏠하다. 중장년층이 아니어도 흥미롭게 볼 지점이 많다. 시청률은 1회 5.5%, 2회 6.8%(이하 전국 기준)를 나타냈다. KBS 방송 외에도 웨이브,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볼까
대하사극을 기다려 온 시청자에겐 주저 않고 권한다.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재미가 있다. 최수종이 등장할 때마다 극에 실리는 무게감 역시 든든함을 더한다. 볼수록 아는 맛이 더 맛있다는 걸 실감한다.
말까
트렌디한 사극에 익숙하다면 정통사극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가 답답할 수 있다. 속도감은 빠르지만 분위기가 가볍지 않다. 미드폼과 같은 짧은 회차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32부작이라는 긴 회차를 막막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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