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코세페' 할인…소비자 지갑 열기엔 역부족

김기환, 이우림 2023. 11. 13. 16: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2023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주부 김예진(37)씨는 대형마트를 가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쿠팡과 같은 e커머스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생필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2023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시작한 지난 11일에도 2만7900원짜리 휴지 30개를 2만500원(26% 할인), 1만8000원짜리 알로에 크림을 9900원(44% 할인)에 샀다. 안씨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코세페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며 “할인율이 높고, 주문한 다음 날 배송받을 수 있는데 굳이 코세페 기간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오는 30일까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세페가 열린다. ‘역대 최대 규모, 할인율 최대 50%’를 내건 국내 최대 쇼핑 행사지만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소비를 뒷받침할 가계 여건마저 넉넉지 않은 상황이라 무용론까지 나온다.

덩치는 확실히 커졌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코세페 참여 업체는 2543곳으로 집계됐다. 행사 기간도 기존 15일에서 20일로 연장했다. 역대 최대·최장 규모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주축이다. 신선·가공식품부터 생필품, 의류 등 품목을 ‘1+1’로 팔거나 최대 50%까지 할인해 준다.

가전·자동차 업계는 할인·무이자 할부를 진행하거나 현금성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참여한다. 면세점·화장품 업계와 영화관, 온라인 쇼핑몰도 할인 행사에 동참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고물가로 소비자와 유통업계가 모두 힘든 상황에서 코세페가 국민 모두에게 힘을 불어넣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코세페란 이름이 무색하다. 유통업체가 ‘코세페’ 대신 저마다 브랜드를 걸고 연말 할인 행사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소비자를 끌어들일 상품이 적고, 할인 폭도 박하다. 최대 50% 할인은 몇몇 재고에 한정한 ‘미끼’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할인하더라도 통상 세일 기간 할인 폭(10~30%)에 그친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와 견주면 더 민망하다. 아마존·월마트·베스트바이 등 유통업체는 상당수 제품을 이 기간 50~90%까지 할인 판매한다. 유통업체가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라 연말에 재고를 떨이로 판매할 수 있다. 한국은 유통업체가 물건을 직매입하는 대신 제조사로부터 입점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판매를 ‘중개’하는 구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 있다 보니 유통업체가 털어낼 재고가 적고 할인 폭도 제한된다”며 “유통업체 대신 제조사가 높은 할인율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야 해외와 견줄만한 쇼핑 행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점도 악재다. 고금리 여파 등에 따라 가계 부채가 늘며 소비 심리가 잔뜩 위축한 상황이라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45만850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처분가능소득(361만6711원) 대비 16만5861원(4.6%) 줄었다. 2021년 2분기(338만 5045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적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반등해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3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2분기 소비가 전기 대비 0.1% 뒷걸음질한 점을 고려하면 내수 시장이 아직 차갑다. 10월 물가상승률마저 3.8%로 반등해 지갑을 열기 어려워졌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여 가처분소득부터 끌어올리지 않고선 일회성 할인 행사로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