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뒤 수능, 그간 갈고 닦아온 시간을 믿어주세요

곽규현 2023. 11.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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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기억, 수험생 부모로의 기억... 한 번 실패가 끝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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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현 기자]

 13일 오후 울산시교육청에 도착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교육청 직원들이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수험생이나 그 가족들이 어느 때보다 초조하게 마음 졸이며 무사히 시험을 치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시점이다. 나도 자녀의 수능시험 수험생활을 거친 학부모였던 동시에 오랜 기간 고등학교 교사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수험생활을 같이했다. 그리고 수능시험장 감독관을 하면서 수험생들의 긴장된 모습이 가득한 시험장 분위기를 직접 많이 봐 왔기에 수험생과 가족들의 절실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요즘 대학에서 신입생의 선발 방식이 다양화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선발자료로서 수능시험의 성적이 활용되고 있어 이맘때가 되면 마음을 졸이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자녀의 대학 입시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매년 수능일이 다가오면 오래전에 내가 치렀던 학력고사 때가 떠오른다. 학력고사는 지금의 수능시험 이전에 실시된 대학 입학을 위해 치렀던 시험이다. 그때의 학력고사 점수는 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었다. 고등학교 교과의 내신 등급이 반영되었으나 비중도 낮았을뿐더러 등급 간 점수 차이도 크지 않아 학력고사 점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수시 모집도 없어서 학력고사 점수가 나오면 그것을 기준으로 정시에 일제히 지원하는 방식이라 학력고사에 임하는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각오는 대단했다. 그때는 시험장도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했던 시절이라, 시골 학교에서는 시험 전날부터 수험생들을 시험장 근처 숙소까지 인솔하기에 분주했다.

시험장 근처 숙소에서 시험 전날 6~7명 잠들었던 기억 

시험 전날, 인솔 교사의 지도하에 숙소까지 이동한 우리는 한 방에 6, 7명씩 배정되었다. 초조하고 긴장된 마음인데다 인원에 비해 방도 크지 않아 불편했다. 잠자리가 바뀌니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지새웠다.

시험 당일에 일어나니 멍한 기분 탓에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도 안간힘을 다해 가진 실력을 다 쏟아내리라 다짐하며 시험에 임했다. 몽롱해지려는 의식을 가다듬으며 문제를 풀어 나갔다. 난관은 수학시험 시간에 찾아왔다. 가장 머리를 써야 할 수학시험에서 흐리멍덩한 머리로는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평소에 잘 풀리던 유형의 문제가 풀리지 않아 시간을 허비하고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속이 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수학시험 이외에는 큰 실수 없이 그런대로 쳤던 것 같다. 최악의 컨디션이었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기대만큼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실망스러운 점수도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전날 밤에 잠을 푹 자고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았지만, 멍한 정신을 가다듬어서 끝까지 멘탈을 부여잡고 시험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험생에서 수험생의 학부모로  

시간이 흘러, 아들딸이 수능시험 칠 때는 과거 나의 학력고사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수능시험 며칠 전부터 아들딸의 컨디션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적어도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시험을 망쳤다는 아쉬움은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전혀 없을 수는 없으나, 가능하면 부담을 줄이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끔 안심을 시켰다. 공부도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정리하는 선에서 하도록 조언했다. 음식은 평상시에 좋아하고 즐겨먹는 음식으로 준비해서 과하지 않게 먹도록 했다. 무엇보다 잠을 편안하게 깊이 자야 산뜻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편안한 잠자리에 정성을 들였다.

아들딸은 실력껏 수능시험을 쳐서 지금은 각자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가는 중이다. 어느덧 아들딸이 수능시험을 친 지도 세월이 꽤 흘렀다. 인생을 길게 보면 수능시험도 학창 시절에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한번 실패한다고 낙담하거나 좌절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랜 기간 수능시험과 관련된 삶을 살아서 그런지, 매년 수능시험 때가 되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심정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수험생들은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갈고 닦은 학업 실력을 풀어놓는다고 생각하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수험생 모두가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수능시험 당일에는 가진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빌어본다. 아울러 수험생과 함께 수고한 학부모들에게도 행운을 바라며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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