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투혼도 무색…김동준, 감당하기 어려웠던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 무게감

삭발 투혼까지 감행했지만,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의 무게감을 감당하기엔 부족한 연기력이었다. 극 초반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어설픈 연기력으로 아쉬움을 산 김동준의 이야기다.

지난 11일 KBS2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이 첫 방송됐다.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KBS가 ‘태종 이방원’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 사극으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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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벗은 첫 회는 고려와 거란의 처절한 전쟁으로 포문을 열며 기대감을 충족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며 도망가는 병사들을 향해 “고려는 죽지 않는다”고 외치며 그들을 독려하는 강감찬(최수종 분)의 카리스마까지. 묵직한 정통 사극의 매력도 담겼다.

그러나 본격 전개가 시작되고, 초반 서사의 중심을 담당한 현종(김동준 분)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는 무게감이 급격하게 약화 됐다. 이 캐릭터를 맡은 김동준이 캐릭터에 걸맞은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몰입을 깨뜨린 것이다.

고려의 유일한 용손 대량원군 왕순이었던 그가 신혈사 승려로 쫓겨나, 목숨을 위협받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살아가는 흐름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지나치게 해맑은 얼굴로 캐릭터의 서사적 깊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고려 거란 전쟁’의 무게감까지 떨어뜨렸다는 아쉬움을 사게 됐다. 천추태후의 계략에 위기에 내몰리고, 눈물까지 흘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나치게 평범하고 무난한 감정 표현으로 서사까지 납작하게 보이게 한 것.

김동준은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으로 앞서 영화 ‘회사원’, ‘간이역’을 비롯해 드라마 ‘경우의 수’, ‘보좌관’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연기력 부족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배우는 아니었다. 주로 흔들리며 성장하는 청춘의 모습을 연기하며 때로는 현실감을 높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고려 거란 전쟁’은 KBS 대하 사극으로, 최수종을 비롯해 이원종, 지승현 등 선배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력이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김동준 또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작품에 임했다. 그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살면서 가장 열정이 가득 차서 나왔던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다”며 “‘내가 왕을?’이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지금 갖고 있는 열정을 현종이라는 인물과 함께 펼쳐나가고 그려나가면 큰 성장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각오를 밝혔으며, 삭발 투혼까지 감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으로 현종의 성장과 함께 김동준도 ‘고려 거란 전쟁’에 적절하게 녹아들며 성장할 여지도 없지는 않다. 다만 시작 단계에서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려운 출발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