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⑪희석→묽힘...화학 부문 용어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대한화학회의 도움을 토대로 화학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전문용어지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잘못 쓰이고 있거나 오인하기 쉬운 단어들을 꼽았다. 화학 분야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곧바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 용어도 적지 않다. 대한화학회는 대체 가능한 용어들을 제안하면서도 학계는 물론 국민들과도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54. 생석회→산화칼슘
생석회는 석회석이나 조개껍질을 900~1000도의 고온에서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분해시켜 얻는 물질이다. 석회비료나 표백제의 원료로 쓰인다. 영어로 표기하면 '소화되지 않은 석회'라는 뜻의 'unslaked lime'인데, 이때 '소화(消和)'는 수분을 흡수해서 반응한다는 뜻으로, 산화칼슘에 물을 부어 수산화칼슘(소석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석회는 소화되기 전 생(生) 상태의 산화칼슘이라는 의미가 된다. 전문가들은 생석회는 미술이나 건축 분야에서 사용되곤 하는 용어이지만, 산화칼슘(CaO)라는 용어를 화학기호와 함께 사용할 경우 그 화학적 성분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5. 소석회→수산화칼슘
소석회는 수산화칼슘(Ca(OH)2)의 한자어 표기다. 산화칼슘에 물을 첨가하면 발열하면서 만들어진다. 소석회의 '소'는 수분을 흡수해 반응한다는 의미의 '소화(消和)'로, 소화된 생석회(산화칼슘)라는 뜻이 된다. 전문가들은 소석회 역시 산화칼슘에 물을 첨가했다는 의미를 살려 수산화칼슘이라는 화학 용어로 바꿔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산화-'가 접두어로 붙을 경우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작용기 '-OH'로 이뤄진 화합물이라는 의미다. 수산화칼슘을 물에 약간 녹인 수용액을 석회수라고 부른다.
56. 소다회→탄산소듐(나트륨) 무수물
흰색 고체가루인 탄산소듐(Na2CO3·탄산나트륨)은 소다의 재(ash)라는 뜻인 '소다회(soda ash)'라고도 불린다.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연소시켜 얻은 재로부터 추출했다는 뜻이다. 소다회는 값싼 알칼리원으로서 유리제품, 염료, 의약품, 세척액 등의 공업에서 활용된다. 특히 공업용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탄산소듐에서 수분을 빼 더 건조하게 만든 게 소다회다. 전문가들은 '물을 뺀 물질'이라는 뜻의 '무수물'을 붙여 '탄산소듐 무수물'이라고 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활용되는 분야에 따라 다른 표기법이 활용되곤 하지만, 탄산소듐 무수물과 소다회는 결국 같은 의미다.
57. 희석→묽힘
희석(稀釋)은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지만 우리말인 '묽힘'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화학에서의 희석은 어떤 물질에 다른 물질을 가해 농도를 낮추는(묽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용액에 존재하는 용질의 양이 적을 수록 '묽다'고 표현한다. 어떤 용액의 농도를 가리할킬 때 흔히 '용액이 진하다' 혹은 '용액이 묽다'라고 하듯, 전문가들은 희석이라는 한자어 대신 '묽힘'이라고 바꿔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58. 교반→젓기
교반(攪拌)은 '흔들다'라는 뜻의 교(攪)와 '뒤섞다'라는 뜻의 '반(拌)'을 합한 한자어로, 우리말로 풀면 용액 등을 '젓는다'는 뜻이다. 고체와 액체, 액체와 기체 등 물리적 혹은 화학적 성질이 다른 2종 이상의 물질을 외부 기계에너지를 사용해 휘저어 혼합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또 이처럼 2개 이상의 물질을 섞는 기계는 '교반기'라고 부른다. 뜻을 알기 어려운 교반 대신 '젓기·휘젓기'라는 순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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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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