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무기 팔아선 안 된다" 팔레스타인 젊은이의 호소
[클레어함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팔레스타인을 주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서안지역 모두 1967년 6일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하에 있으며, 가자는 2006년부터 국경이 완전히 봉쇄된 상태다. 이스라엘 측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조직 하마스가 판 500km(추산) 지하땅굴과 1948년 건국 이래 총 3198명의 사망을 초래한 수많은 테러 공격 때문이라며 강경책을 정당화하고있다.
그간 국제사회의 중재로 2005년 보수성향 이스라엘 샤론 총리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완전히 철수시키는 극적인 행보도 보였고, 1993년 진보성향 라빈 총리는 오슬로평화협정을 이끌어냈으나 1995년 자국민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종주의적 차별정책을 비롯, 불법 정착촌 건설과 폭력 이슈로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하마스는 반대 세력을 감금, 고문하거나, 샤리아법에 의거해 미혼 여성들의 여행을 남성 보호인과 동행하도록 제한하고, 성소수자들을 살해하는 등의 잔인한 통치방식을 보이는데다, 국민의 민생은 등한시하며 일부 리더들은 카타르의 고급호텔에서 사치스런 생활을 이어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평은 접할 수 있지만, 정작 팔레스타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한국에서 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독일의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를 알게 되었다.
독일은 수도 베를린만 해도 30만 명의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가 공존하는 곳이다. 독일에 있는 젊은 팔레스타인 세대는 이 분쟁과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어떤 시각을 지니고 있을까. '팔레스타인은 말한다'는 뜻을 가진 '팔레스티나 슈프리히트' (Palästina Spricht') 단체는 팔레스타인 인권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중동에서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 (약칭 Jüdische Stimme)',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독일 지부와도 연대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활동가이자 의사인 시린 자바린씨는 바쁜 병원 일정에도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아래 내용은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몇 주간 이메일로 소통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독일 현지 반전평화집회 모습 독일 팔레스타인 인권단체인 ‘팔레스타인이 말한다 (Palastina Spricht)’가 지난 주말 주최했던 반전평화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인종차별정책과 점령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
ⓒ 클레어함 |
- 활동하는 단체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2020년 설립됐다. 2019년 독일 의회가 '보이콧, 투자회수 및 제재운동' (BDS: 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을 반유대주의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들은 BDS가 주로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것이므로 이는 반유대주의이고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많은 공공영역에서 팔레스타인 행사를 거부하게 했고, 우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으려면 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했기 때문에 독일 내 팔레스타인 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후 일부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모여 독일 의회를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독일에서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젊은이들 주도로 운동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관점을 전할 플랫폼이 필요했고, 이를 통해 독일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및 양국 간 긴밀한 경제 관계 등에 대한 결정을 재고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파타흐, 하마스 등 그 어떤 정치단체와도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독일 내 활동가들의 풀뿌리 운동으로 하노버,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가 주요 지부다."
- 팔레스타인 정치세력과 연계되어 활동하지 않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팔레스타인계 젊은 세대는 팔레스타인의 정치 상황에 매우 절망하고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한때 강력한 조직이었지만 지금은 그 영향력이 너무 축소되어 팔레스타인 이슈에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파타흐는 서안에서 정권을 장악하고 정부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부패했다. 하마스도 억압적이기 때문에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2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를 겪으며 태어난 우리 세대는 기존 정치세력에서 진정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6년 이후 현재까지 두 정파는 공식 선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민의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 없다."
- 하지만 일부 좌파 진영에서 하마스 공격을 지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천사는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군사적 해결책을 믿지 않으며 어떤 민간인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의 인종주의적 카한주의 추종자들이 저질러온 잔인한 증오 범죄 등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가하는 폭력은 주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10대 소년 모하메드 아부흐데이르의 잔인한 납치 및 화형, 아기를 포함한 다왑셰 일가족의 화형사건 등이 언론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끝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독일 반전평화 집회 모습 한 독일 여성이 "시오니즘에 대한 반대는 유대인 혐오가 아닙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 클레어함 |
- 현지에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어떻게 작동하나?
"아파르트헤이트는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 각자 다른 권리를 갖는 제도를 뜻한다. 아파르트헤이트의 가장 명백한 예로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도시 헤브론을 들 수 있다. 헤브론에 거주하는 유대인 정착민은 이스라엘 의회 선거권 등 원하는 모든 권리를 누리는 반면, 팔레스타인는 같은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서안지구에는 유대인 정착민만 이용할 수 있는 거리와 고속도로도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삶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서안지구 곳곳에는 수백 개의 검문소가 있고 매일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한다. 심지어 '숨 쉬는 공기까지 통제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이스라엘에는 아랍계(팔레스타인) 시민을 차별하는 67개의 법률이 있다. 예를 들어, '부재자 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법은 우리가 일정 기간 집을 비울 경우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땅을 빼앗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어떤 경우는 거주권도 잃게 된다."
- 국제 사회의 모든 시선이 가자지구에 집중되어 있지만 서안지역에서도 많은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불법 정착촌 건설은 이스라엘이 사실상 전 국토를 장악했던 1967년 6일전쟁 이후 시작되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건설된 정착촌 중 하나는 1968년에 시작된 헤브론이었다. 1994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정착촌 확장은 멈춰지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불법 정착촌 확장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 70만 명이 넘는 정착민들이 학교, 병원, 심지어 대학까지 세우며 서안지역과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다. 이 정책은 유럽연합과 이스라엘의 다른 동맹국들로부터 항상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폭력사태는 주로 토지 탈취로 인한 경우가 많다. 메시아 정통파(Messianic Orthodox)라고 불리는 초정통파 정착민들의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정착민들은 신이 땅 전체를 그들에게 주었으며, 따라서 비유대인의 땅을 '정화'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랍비 메이르 카하네와 그의 추종자들의 비전이다. 2023년 후와라에 불을 지른 것은 바로 이 급진적인 정착민들이었는데, 심지어 이스라엘 사령관조차 '불법자들이 저지른 학살(pogrom)'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돌아다니며 민간인, 특히 약자 중 가장 약자인 양치기들을 살해한다. 그런데도 아무에게도 책임소재를 묻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폭력을 보도하는 언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주에는 현지 취재 중인 독일 공영방송 ARD 기자들도 이들로부터 총기 위협을 받았는데 법적 소송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 "
- 이 분쟁이 종교적 갈등이라고 할 수 있나?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은 1987년 이전까지 대부분 세속적인 운동이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지 하바시, 에드워드 사이드, 와디 하다드와 같은 많은 유명 인사들은 기독교인이었다. 1970년대 후반, '무슬림 형제단'의 영향으로 하마스가 창설되었는데 자선 단체의 성격으로 시작되었다. 첫 인티파다가 발발했을 때 이스라엘은 '분열과 정복 정책'의 일환으로 PLO를 약화시키기 위해 하마스를 지원한 바 있다. 심지어 하마스는 2017년 발표한 두 번째 헌장에서 이스라엘과의 갈등은 종교적 갈등이 아니며 시오니즘에 반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종교에 관계없이 비유대인을 차별한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들도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팔레스타인들 투쟁의 핵심은 기본적인 인권 및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것이다."
- 아사드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리아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박해가 있었지만 의외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적다.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고문으로 사망한 491명을 포함, 최소한 3196명의 시리아 내 팔레스타인인들이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팔레스타인들도 아사드 정권에 비판적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를 페스트와 콜레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즉, 아사드를 지지하면 더 권위주의적인 통치가 허용하지만, 전복시키면 아프간처럼 실패한 국가가 될 수 있다."
- 독일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간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온건하게 비판했지만, 반유대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유럽인들은 반유대주의 논쟁에 너무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유대주의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박해하고 러시아와 동유럽 등에서 대학살을 자행한 것은 유럽의 반유대주의였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1917년 텔아비브 시장은 유대인이었다. 우리의 투쟁은 우리가 반유대주의자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죽이는 억압자들이 싫어서 싸우는 것이지, 그들의 종교나 민족적 정체성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스라엘 국민이 불교도라 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싸울 것이다."
"한국이 이스라엘 정부에 무기를 팔아서는 안 된다"
- 1994년 오슬로평화협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현실적인 평화적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오늘날 많은 팔레스타인들은 오슬로협정을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행정권을 팔레스타인 당국에 넘겨주고 경찰이 만들어졌을 뿐 국가건설을 위한 청사진이 없었다. 또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를 A, B, C 체제로 분할해 주민들에게 서로 다른 권리를 부여하는 차별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두 국가 해법'은 죽었다. 이스라엘조차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데 서방에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회에는 평화 프로세스가 잘못이라고 믿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있었다.1995년 이스라엘 라빈 총리 암살범들과 어울렸던 사람 중 한 명인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현재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국가명이 무엇이던간에 모든 시민들에게 동등한 인권을 보장하는 세속적 국가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아무도 이스라엘 국가를 해체하고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똑같은 나크바(Nakba,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약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추방당한 사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대인 우월주의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 국가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성취가능할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 정부에 충분한 압력을 행사하여 이스라엘이 계속 깡패처럼 행동하고 그냥 빠져나갈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 최근 "하마스의 공격으로 친구를 잃었지만, 재앙을 가져오는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야한다. 그래야 이스라엘인들도 해방될 수 있다"고 말한 이스라엘 국회의원 오페르 카시프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마스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서안지역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고 현지주민들은 여전히 이스라엘 점령으로 고통받고 있다. 더 좋은 예를 공유하고 싶다. 저는 남편과 함께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누리트 펠레드엘하난(Nurit Peled-Elhanan)이라는 놀라운 이스라엘 여성을 알고 있다. 1994년 하마스의 자살 폭탄 테러로 10대 딸을 잃었지만, 그녀는 증오심으로 가득 차지 않고 다시 털고 일어나 여전히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귀감이자 영감이 아닐 수 없다."
- 한국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정치인들은 전쟁범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시민 사회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이에 대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은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적십자사나 '국경 없는 의사회' 등 구호단체에 기부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이스라엘 정부에 무기를 팔아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제발 외면하지 말아달라."
*필자는 이번 무력분쟁으로인해 사망한 모든 이들과 그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납치된 분들의 생환을 기원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인요한 수행실장은 서대문구청장 아들... 출마 사전 작업?
- "서울 출퇴근 80% 넘어서 '김포구' 편입?" MB 정부도 반대했는데
- "이런 적은 처음... 윤석열 대통령 초대하고 싶다"
- "혐오·차별 담긴 '개콘'... KBS 수신료 가치 아니길"
- 20만원 수제구두 만들면 노동자 6500원, 사장님은?
- '이준석 신당' 0석에서 50석, 왜 무의미한가
- 향기 나는 혓바닥, 이걸로 다 됩니다
- 팔레스타인 집 부수는 굴착기에 선명한 'HYUNDAI'
- 신문윤리위, 김만배 인터뷰가 '대선 공작'이라는 조선일보 제재
- 민주당, 총선 인재 '대국민 추천' 받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