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포계정 하나에 3만원…'강남 마약음료' 때도 악용됐다
유심칩 하나로 카카오톡 계정 여러 개를 만들어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20억원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한 대포 계정 숫자는 2만개가 넘는다. 불법 유통된 대포 계정 대부분은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 또 다른 범죄 수단으로 악용됐다.
유심칩 1개로 계정 5개씩 뚫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휴대전화 유심칩을 이용해 여러 개의 카카오톡 계정을 생성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팔아넘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총책 A씨(20대) 등 12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카카오톡 계정 2만4883개를 만들어 타인에게 판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만든 계정은 하나당 2만5000원~3만원에 거래됐으며, 이 같은 수법으로 A씨 등은 22억627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된 12명 이외에도 조직원 등 공범 48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A씨가 인터넷 검색에서 정보를 얻은 뒤 실제로 알뜰폰을 이용한 카카오톡 계정 생성 등을 시도한 끝에 유심칩 하나로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파악했다. 알뜰폰 개통 당일엔 유심칩 하나당 번호변경과 이중번호 신청 등을 통해 번호 5개를 받아 같은 숫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유심칩 1개 가격은 3000~7000원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계정만 생성한 뒤 곧장 해당 휴대전화를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고, 휴대전화가 해지된 이후에도 카카오톡 계정을 사용하는 덴 한동안 문제가 없는 구조다.
A씨에게 이 같은 수법을 배운 지인 등은 카카오톡 대포 계정을 생성, 유통하는 조직 15개를 만들었다. 이들은 본인과 조직원 명의로 알뜰폰을 개설해 생성한 계정을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인증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본인 명의로만 506개 계정을 만들어 팔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강남 마약음료 등 범죄 509건에 악용
이들이 유통한 대포 계정이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범죄에 악용된 걸 확인한 경찰은 A씨 등에게 형법상 사기ㆍ공갈 방조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일어난 ‘마약 음료’ 사건에 이들이 만든 카카오톡 계정이 악용됐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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