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공매도 금지와 주식 시장 신뢰 회복

2023. 11. 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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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미국 월스트리트를 호령한 제이콥 리틀(1794~1865)은 공매도의 전설로 통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충격 사태 때에도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투자 불안 심리 차단을 위해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공매도는 주가의 향방을 모르니 위험한 투자이나 주식시장이 하방으로 기울 때는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급작스러운 공매도 금지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오히려 심화하고 증시의 선진국 편입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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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확대·선진국 편입 멀어져
한국 현실 감안한 개선책 내야

20여년간 미국 월스트리트를 호령한 제이콥 리틀(1794~1865)은 공매도의 전설로 통한다. 고평가된 종목을 골라 공매도하고, 해당 종목의 허위정보를 흘려 주가를 떨어뜨려 파산 예언자, 불신 유포자로 불렸다. 그런 그도 결국 가산을 탕진하여 사망할 당시에는 무일푼이었고 금융계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격 금지란 칼을 꺼내 들었다.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주가조작 사태로 주식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국내에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것도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주식 공매도는 주식을 미리 빌려서 매도한 후 가격이 하락하면 이득을, 상승하면 손해를 보고 주식을 상환하는 제도다. 주식을 미리 빌려놓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시장이 어려우면 투자자가 볼멘소리하는 게 당연하다. 10월에 주가 하락이 극에 달하자 공매도가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매도 주체는 외국인(74%), 기관(24%), 개인(2% 미만)이다. 거래 주체별 공매도 비중을 보면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 분노한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충격 사태 때에도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투자 불안 심리 차단을 위해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공매도는 주가의 향방을 모르니 위험한 투자이나 주식시장이 하방으로 기울 때는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외국인 놀이터로 평가되는 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은 판단을 유보한다.

혹자는 이번 정부의 조치를 두고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 것에 비유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잘못됐다며 메이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되는 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일찍이 5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국내 상장법인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과장된 보고서를 쓰고 공매도를 해 주가 하락을 유도한 기관의 사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관 간 롱(사고) 숏(파는) 플레이를 하는 종목에 대한 암묵적 정보 공유도 문제다. 해외에 거주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과의 유착도 근절해야 한다.

기관과 개인 간 차입공매도 상환 기간과 담보 비율 동일화, 공매도 거래의 전산화 이슈가 공매도 제도 개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제도나 실상을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제대차거래 표준약관에 따른 것임에도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서 퍼져 의원 입법까지 논의한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기관에 비해 낮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외국 사례와 한국적 현실을 감안해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공매도 금지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오히려 심화하고 증시의 선진국 편입은 멀어졌다. 예고 없이 실시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 매수매도 포지션 정리 기회는 줬어야 한다는 여론도 보듬어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 주식시장이 왜 국격에 걸맞지 않게 신흥국 시장에 머물고 있는지를 제대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이익과 유동성의 함수이지 공매도의 함수가 아니다. 개미 투자자의 환호성과 자괴감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더 나은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신뢰가 회복된다.

조원경 UNIST 교수 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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