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고우석과 ‘특별한 KS’ 즐기는 LG 이종범 주루코치

한국야구의 대표 가족이 된 LG 고우석과 키움 이정후, LG 이종범 주루코치(왼쪽부터). 뉴스1

2002년 이후 21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LG 트윈스에는 특별한 가족이 있다. 야구계에선 흔치 않은 한솥밥 먹는 장인어른과 사위, 바로 이종범(53) 주루코치와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다. 고우석은 올해 1월 이종범의 딸이자 동갑내기 친구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여동생인 이가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렇게 이 코치와 고우석은 가족이 됐고,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이종범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11년 은퇴할 때까지 내야수와 외야수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독보적인 주력과 타고난 방망이, 깔끔한 수비로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었다. 데뷔 2년차인 1994년 페넌트레이스 MVP를 차지했고, 골든글러브도 유격수로 4차례, 외야수로 2차례 수상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활약한 이종범은 2011년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해 한화 이글스에서 잠시 몸담았다가 2019년부터 LG의 주루코치를 맡았다. 현역 시절 경험을 살려 올 시즌 LG 특유의 뛰는 야구를 묵묵히 도왔다.

한국시리즈 기간 만난 이 코치는 “개인적으로 한국시리즈는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KIA 타이거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흔의 나이로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웃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만난 LG 이종범 주루코치. 수원=고봉준 기자

LG는 앞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3으로 져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러나 2차전을 어렵게 잡은 뒤 3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흐름을 바꿨다.

현장에서 드라마 같은 승리를 지켜본 이 코치는 “우리들조차 믿기 힘든 역전승이었다. 이기고 있는 경기는 꼭 잡아야 하는 것이 한국시리즈인데 만약 3차전을 내줬다면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그 분위기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해태 이종범. 중앙포토

이 코치는 1993년과 1997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1990년대 해태 왕조의 중심에는 늘 바람의 아들이 있었다. 이 코치는 “아무래도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만큼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줄 부분이 많다. 특히 LG는 한국시리즈가 오랜만이라 선수들이 최대한 긴장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 코치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유독 남다르다. 사위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나와 (고)우석이 모두에게 특별한 자리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우석이는 마무리라는 힘든 보직을 맡았다.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더 큰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KIA 이종범(가운데)이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KIA 타이거즈

한편 이 코치의 아들인 이정후는 올겨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지에선 이정후를 탐내는 여러 구단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예상 계약금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코치는 “나는 아직 계약과 관련해선 많이 알지 못한다. 에이전시인 보라스코퍼레이션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다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면서도 “감사하게도 아들이 잘해서 지금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계약이 잘 마무리돼 원하는 구단에서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