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재점령은 불가" ‘4불가론’ 밝힌 美…네타냐후는 ‘안보통제권’ 고집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축출한 이후 가자지구의 미래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미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점령 불가 원칙을 포함한 4가지 기준을 공개했다. 기본적으로 누가 팔레스타인을 통치할지는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지구 안보 통제권을 이스라엘이 틀어쥐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해 미국과의 입장차를 거듭 드러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미래와 관련해 “앞으로 나아갈 길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이주 불가 ▶가자지구의 테러 거점 이용 불가 ▶가자지구 영토 축소 불가 등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근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지도 체제 아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다시 연결되고 통제권이 통일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들며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지도부이나,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의 미래와 누가 그들을 통치할지를 결정할 것이고 미국은 그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건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와 투표, 자결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장기적 통치체제”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커비 조정관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반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 결정에 기반을 둔 장기적 통치 체제를 원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하마스 파괴 후엔 이스라엘 포위망”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겨받으려는 어떠한 민간 당국도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에 동의해야 한다”며 “PA는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PA는 2006년 총선 패배로 하마스에 밀려 서안지구로 통치 영역이 축소되기 전까지는 가자지구도 관할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도 “전후의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했다. ‘다른 당국’의 구체적 의미에 대한 진행자 질문에는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현재 하루 4시간 동안 시행되는 가자지구 북부의 일시적 교전 중단 시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건 일시 중단이 아니다. 교전을 멈추는 걸 말한다면 그건 하마스가 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질 석방이 없는 한 휴전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설리번 “활발한 인질 석방 협상 진행 중”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은 수면 아래서 진행 중이라고 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CBS 인터뷰에서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무고한 미국인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의 생환이 걸려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하마스와 대화하고 있는 카타르와 이스라엘 사이에 활발한 협상이 진행 중이고 미국도 협상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NSC 중동ㆍ북아프리카조정관이 1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질 협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 악시오스는 지난 11일 맥거크 조정관이 이스라엘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ㆍ요르단ㆍ카타르 등을 방문해 가자지구 전쟁과 인질 석방 협상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NBC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합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군사적 압력이 인질 석방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합의를 쟁취할 수 있을 때 그것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하마스, 인질 협상 중단”
다만 협상이 순탄치는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공격한 점을 문제 삼아 인질 석방 협상을 중단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알시파 병원에는 수천 명의 의료진과 환자, 민간인 등이 피신해 있는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병원 지하에 본부를 두고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하마스는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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