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손 놓은 암표 정책, 직접 ‘암행어사’ 세우는 아티스트들 [D:가요 뷰]

박정선 2023. 11. 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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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 시장이 날로 성장하면서 암표가 덩달아 날뛰고 있다. 단순히 한 기획사의 손해를 넘어 실제 사기 피해를 내는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뒷짐만 지고 있다. 기획사, 아티스트들이 직접 나서서 암표상을 잡아내는 이유다.

ⓒ픽사베이

현재 서울을 비롯해 광주, 부산, 대전, 대구를 돌며 투어를 돌고 있는 임영웅의 콘서트에는 암표상들이 들끓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무려 500만원, 그러니까 기존 티켓 가격의 약 30배가 넘는 가격으로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이에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티켓에 대해 취소와 함께 강경 대응책을 발표했다. 회수된 불법 거래 티켓은 다시 오픈해 팬들에게 돌아가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4년 만의 콘서트를 연 김동률 역시 부정 예매로 의심되는 건들을 대상으로 소명 요청 안내를 발송했다. 요청을 받은 예매자는 서명과 티켓 번호를 포함해 부정 예매가 아님을 직접 증명해야 했다. 소명 자료가 기한 내로 제출되지 않는 경우 티켓은 자동 취소 처리되도록 했다.

그런데 현재 메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취득하고,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것을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죄목이 없다. 결국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제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방법이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을 통한 제보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네티즌이 신분을 숨기고 암표상을 적발해 신고하도록 하는, 이른바 ‘암행어사’ 제도다.

문제는 이 암표 신고 센터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 2022년 4224건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의 신고 건수는 2020년에 비해 11.7배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빠르게 늘어나는 암표 신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조치가 취해진 것은 ‘0건’이었다.

정부의 암표 관련 제도 마련, 암표 근절 노력이 지지부진하자 기획사, 아티스트들은 직접 ‘암행어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가요계에서 암행어사 제도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건 가수 아이유다. 아이유는 부정 티켓 예매로 확인된 티켓을 취소 처리하는 것을 넘어 암표 거래를 시도했던 인물들을 공식 팬클럽인 유애나에서도 제명 조치했다. 특히 암표를 제보한 팬들에게 해당 표를 그대로 선물하는 포상까지 더하면서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가수 성시경의 경우 매니저가 암행어사를 자처했다. 성시경 매니저는 기존 콘서트 티켓 가격의 3배에 달하는 50만원짜리 티켓을 확인하고 직접 구매자인 척 암표상에 접근했다. 좌석,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확인한 뒤 기획사임을 밝히고 이 판매자가 보유한 티켓 전부 ‘홀드’ 처리 및 자동 취소를 예고했다. ‘홀드’는 자동 취소 이전 계정 이동 및 취소 후 판매를 불가하도록 하는 조치다.

다만 기획사, 아티스트들의 이 같은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상 현재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의 암표 근절 대책이지만 근본적으로 암표상을 막기 위한 대안은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이란 말이다. 암표상을 근절하기 위해선 애초에 매크로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되팔이들에 대한 무거운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한 대중음악 관계자는 “암표 척결은 단순히 대중음악 업계 종사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암표는 나라와 사회의 문화 예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현재 케이팝 시장이 글로벌로 나아가고 있고,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공연 문화가 정착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보편화된 공연 질서와 규범은 그 나라와 국민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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