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유망했던 작가의 임신... 인생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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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여전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겐 큰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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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임신을 원하는 건우에게 분명하게 거절해 온 재이는 본인의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는 게 일생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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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관련 이미지. |
ⓒ 컴플렉스필름 |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여전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겐 큰 관문이다. 축복이라는 주변의 축하와 별개로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직업이 있거나 특정 분야에서 꿈을 향해 가는 경우 그 무게감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말 그대로 임신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첫 장편 소설로 출판사의 신뢰를 얻은 재이(한해인), 동거하며 학원 강사 일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건우(이한주)의 갈등 과정을 통해 어떤 환기를 끌어낸다.
표면적으로 보면 재이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은근히 임신을 원하는 건우에게 분명하게 거절해 온 재이는 본인의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는 게 일생의 꿈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계약금을 살림에 보태는 식으로 경제 활동에 기여하던 재이는 자칫 연인은 뒤로 한 채 자기 자신만 바라보는 이기적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애써 그런 논란을 잠재우거나 비껴가지 않는다. 오히려 학원에서 능력을 인정받다가 분원의 원장 자리까지 제안받은 건우가 사실은 본원 원장의 농간에 속은 것임을 깨닫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까지 하는 장면으로 비극성을 강화한다. 재이가 애초에 좀 더 연인에게 집중했다면, 경제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원성을 들을 여지가 있는 것. 애초에 건우를 사랑하긴 했는지 질타마저 받을 수도 있다.
▲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관련 이미지. |
ⓒ 컴플렉스필름 |
하지만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장면은 임신 과정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다. 임신 사실을 알고 당황하는 재이에게 건우는 본인이 좀 더 잘해보겠다며 출산을 종용한다. 재이는 낳기로 한다. 그것은 온전히 건우를 사랑하고 믿는다는 또다른 의사 표현인 셈. 임
신 후 재이는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차기작 집필에 매진했고, 건우는 학원 분점을 새 단장 하느라 정서적인 돌봄이나 공감엔 소홀해졌다. 물론 재이의 투정을 받아주고, 비싼 호텔방을 잡아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는 않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에게 공유하려는 시도는 피하기 일쑤였다.
영화를 본 뒤 이렇게 논쟁이 진행되기에 십상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누군가는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고. 재이는 이렇게 반론할 것이다. '이기적이면 안 되는 거냐고, 너도 네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다분히 논쟁적인 이 작품은 여성주의적 영화로 규정할 수도 없다. 재이 또한 어떤 면에선 퇴행적 선택을 했고,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원치 않는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외롭게 밤길을 걷는 재이에겐 가로등 하나만이 유난히 밝은 빛을 비출 뿐이었다. 두 시간을 훌쩍 넘는 런닝타임에도 서사가 지루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평점: ★★★☆(3.5/5)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관련 정보 |
영제: Birth 감독: 유지영 제작: 컴플렉스필름 배급: (주)디오시네마 장르: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 출연: 한해인, 이한주, 오만석, 최희진, 박미현 러닝타임: 155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3년 11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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