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꺼낸 '정유사 횡재세'…국회 보고서엔 이미 부정평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한국형 횡재세 도입’에 대해 국회 내부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영국·루마니아·그리스·이탈리아 같은 많은 나라가 에너지 산업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다”며 “미국도 석유회사의 초과 이익에 대해 소비세 형태의 과세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일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도 “지금 이미 원내에 (횡재세와 관련된) 법안이 제출돼있다”며 “이미 발의된 법안도 있어 바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속 제기된 은행권 기여금의 조성 방안도 신속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9월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을 시작으로 ▶정유사 횡재세법 3건 ▶은행 횡재세법 2건이 발의돼있다. 이 법안들은 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 회부만 됐을 뿐 본격 심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법안들의 검토보고서에는 부정적인 전망도 상세히 담겨있다. 올해 2월 검토보고서에서 기재위 전문위원은 “초과이익세(횡재세)는 기본적으로 지하자원 채굴사업자가 독점적 지위에 의해 막대한 이익을 보는 것을 억제하는 의도다”며 “우리나라 정유업의 수익구조에 부과하는 것이 적합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제마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정유사는 원유 생산·정제 등을 모두 수행하는 해외 메이저 정유사들과 수익구조가 다르다”며 “원유시추기업처럼 고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실제 우리나라 정유사는 석유 가격이 하락했던 2020년에 약 5조원의 손실을 기록했었다”며 “영국도 직접 원유를 채굴하는 업체에만 과세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도 적었다.
‘은행 횡재세’에 대해서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해외 이전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초과이익세를 부과하는 영국, 이탈리아나 현재 도입을 논의 중인 미국이나 EU에서도 에너지 기업에만 한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지난 6월 검토보고서에도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이 “은행이 신규 출연 부담을 대출자에게 전가하여 대출금리 상승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선거용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시점에 기업이 많이 수익을 올렸다고 추가적인 세금을 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독점적인 수익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다른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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