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매치' LG 켈리-kt 고영표, 어느 쪽이 웃을까

이준목 2023. 11. 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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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리즈] LG, 29년 만의 우승까지 단 1승... 5차전으로 마무리할까

[이준목 기자]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LG 선발 켈리가 교체아웃되며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2023.11.7
ⓒ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9년 만의 우승'이라는 한풀이에 이제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반면 반전을 꿈꾸는 kt 위즈는 '5.9%의 기적'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

LG와 kt는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있다. LG가 1패 후 3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향한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 3차전에서 연이어 짜릿한 1점차 대역전승을 거둔 LG는 4차전에서는 타선폭발로 15-4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왔다.

LG가 만일 5차전마저 제압한다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세 번째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LG는 창단 첫 해인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당시는 모두 한국시리즈 4승 무패로 승리한 바 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무승부 포함)로 앞선 팀이 우승에 성공한 경우는 17번 중 무려 16번, 무려 94.1%의 확률이다. 남은 5~7차전이 모두 홈구장 잠실에서 열리는 것도 LG의 우세를 점치게 만드는 대목이다.

LG가 만일 우승한다면 일등공신은 역시 타선이다. 정규시즌 팀 OPS(출루율+장타율) 0.755로 1위를 차지한 LG 답게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은 다소 약세를 보였지만 고비마다 타선의 힘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LG의 2023 한국시리즈 팀 타율은 무려 .324에 이르며 45안타 30득점 8홈런을 뽑아냈다. 팀 득점 중 절반이 넘는 18점이 홈런으로 뽑아낸 점수였다.

만일 LG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현재로서 한국시리즈 MVP는 오지환이 가장 유력하다. 비록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책도 있었지만, 3차전 역전 결승포와 한국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하여, 4경기 타율 .400 3홈런 8타점 6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으로 완벽하게 만회했다.

안방마님 박동원도 4경기 2홈런 3득점 4타점 타율 .385를 기록하면서 오지환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오스틴 딘(타율 .375, 1홈런, 5타점), 문보경(타율 0.462, 1홈런, 4타점)의 타격감도 좋다. 올해 한국시리즈 MVP가 LG에서 나올 경우, 야구 사랑으로 유명했던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1998년 구매하여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선물로 주기로 약속했던 고급 롤렉스 시계가 25년만에 그 주인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벼랑 끝에 몰린 kt는 또 한번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첫 4경기를 1승 3패로 밀린 팀이 역전으로 우승 트로피를 든 경우는 17번 중 단 1번, 정확히 10년전인 2013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7차전을 내리 승리한 것이 유일하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kt는 직전 플레이오프에서도 NC에 1, 2차전을 내리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으나 3-5차전을 내리잡는 '역스윕'을 달성하며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는 기적을 이뤄낸 바 있다.

kt는 4차전을 제외하면 LG와 매 경기 대등한 1점차 접전을 펼쳤다. kt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LG보다 그나마 우위에 있는 부분은 선발싸움이다. 1∼3차전에 선발 등판한 고영표, 윌리암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을 5∼7차전에 내세울 수 있다는 데 마지막 희망을 건다. 켈리가 등판하는 5차전만 잡을 수 있다면 남은 2경기에서 선발진의 무게는 kt 쪽으로 더 기운다. 물론 1패만 하면 끝나는 벼랑끝 승부인 만큼 유사시 선발자원까지 불펜으로 가동하는 총력전도 가능하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4회말 2사2, 3루의 위기를 넘긴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2023.11.7
ⓒ 연합뉴스
 
5차전 선발 싸움은 1차전의 리턴매치다. LG 켈리는 6.1이닝 2실점(1자책), kt 고영표는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각각 호투한 바 있다. LG로서는 켈리가 등판하는 5차전에서 끝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만일 LG가 3차전에서 패했다면 4차전에서 등판할 뻔 했지만 LG가 3연승을 달리며 체력적으로 여유를 얻었다. 또한 1차전에서는 고영표에 고전했지만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은 사이드암 투수 공략에 가장 최적화되어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켈리가 일찍 무너질 경우에는, LG도 향후 마운드 운용이 복잡해진다. 불펜 가용자원은 kt보다 풍부하지만, 믿었던 마무리 고우석이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1승1패 1세이브, 자책점 10.80으로 흔들리며 뒷문의 안정감이 떨어진다는게 불안요소다.

또한 6차전 이후의 선발운용도 미지수다. 2차전 선발이었던 최원태가 0.1이닝 2피안타 2사사구 4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보였고 구위 점검차 구원등판한 4차전에서도 1이닝 2사사구 1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당초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 경우 최원태를 6차전 선발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서는 6차전 이후 마운드 운용은 안갯속이 됐다.

kt는 5차전에서 무너진 필승조와 중심타선의 부활이 절실하다. kt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마무리 김재윤 앞에 버텨줄 계투진을 손동현-박영현의 '2인 필승조' 체제로 버텨왔다. 하지만 2차전 이후 이들이 LG 타자들에 연이어 공략당했다는게 뼈아팠다. 4차전에 나서지않았던 손동현과 박영현이 불과 이틀 휴식만으로 구위를 얼마나 회복했을지가 관건이다.

타선에서는 테이블세터로 출전하고 있는 배정대(타율 .455)와 황재균(타율 .357)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정적인 장타력 한 방이 아쉽다.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할 박병호(15타수 2안타)와 알포드(12타수 2안타)가 나란히 동반 1할대 타율에 그치고 있다는게 뼈아프다.

홈런 8개를 날린 LG와 달리,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kt의 홈런은 3차전에서 박병호가 기록한 투런포 1개가 유일했다.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가 없는 박병호나, 박병호를 대체할 거포가 없는 kt나 끝까지 운명을 함께하며 서로를 믿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

반드시 우승을 확정하려는 LG와, 반드시 승부를 뒤집어야하는 kt 모두 1승이 간절한 것은 마찬가지다. 야구팬들은 5차전에서도 또 한번의 치열한 명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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