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 4득점' 이주아, 흥국 선두 수성 견인

양형석 2023. 11. 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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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2일 현대건설전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 김연경 30득점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현대건설을 꺾고 선두자리를 사수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19-25,19-25,25-22,15-9)로 승리했다. 지난 10월18일 1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현대건설을 상대로 풀세트 승리를 거둔 바 있는 흥국생명은 2라운드에서도 현대건설에게 3-2 승리를 따내며 승점 2점을 적립했다(7승1패).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45.61%의 성공률로 30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17득점, 레이나 토코쿠가 12득점, 김미연이 11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4세트까지 현대건설에게 고전하던 흥국생명은 5세트에서 15-9로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뒀는데, 이 선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블로킹 4개를 포함해 53.85%의 성공률로 12득점을 올린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벌' 박은진 제치고 전체 1순위 지명
 
 이주아는 지난 10월22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통산 1000득점을 기록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2018년 선명여고는 명실상부한 여고배구 최강이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던 여고배구 최고의 미들블로커 박은진을 중심으로 선명여고의 주장이자 청소년대표팀의 주장을 역임한 '살림꾼' 박혜민이 있었고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이예솔도 있었다. 여기에 2학년에는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정호영(이상 정관장 레드스파크스)과 세터 구솔까지 있었으니 그 시절의 선명여고는 고교무대에서 적수가 없었다.

실제로 선명여고는 2018년에 열린 4개의 전국대회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무패우승'을 기록하며 전국대회 4관왕을 달성했다. 배구팬들은 박은진과 박혜민, 이예솔 등이 3학년이 되는 2018년에 이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는 V리그 7번째 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데다가 오랜 호흡으로 조직력까지 탄탄한 이들을 한꺼번에 데려가면 빠른 시간 안에 V리그를 대표하는 강호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배구팬들의 기대와 달리 2018년 여자부의 7번째 구단은 창단되지 않았고 예정대로 그 해 9월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187cm의 미들블로커 박은진이 1순위가 될 거라는 배구팬들의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으로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는 바로 원곡고의 미들블로커 이주아였다. 물론 이주아 역시 고교 시절 박은진의 라이벌로 불리며 성인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유망주였지만 전국대회 우승경력 등에서는 박은진에 미치지 못했다.

흥국생명이 선명여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미들블로커 박은진 대신 이주아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흥국생명을 이끌던 박미희 감독(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선택이었다. 흥국생명이 FA시장에서 190cm의 장신 미들블로커 김세영을 영입한 만큼 박미희 감독은 기동력이 좋은 이주아가 흥국생명의 팀 색깔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주아와 박은진은 프로 6년 차가 된 현재까지 V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이주아는 입단 초 김나희, 김채연 등 선배들에 밀려 원포인트 블로커로 출전했지만 시즌 중반부터 흥국생명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이주아는 28경기에 출전해 149득점을 올리며 신인으로서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선보였지만 29경기에서 210득점을 올린 정지윤(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밀려 신인왕 수상은 아쉽게 무산됐다. 이주아는 대신 프로 첫 시즌부터 챔프전 우승이라는 값진 경험을 했다. 

부상 복귀 후 2번째 경기서 시즌 최고 활약
 
 이주아가 중앙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 흥국생명은 그 어떤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주아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됐던 2019-2020 시즌 24경기에서 175득점을 올렸지만 블로킹은 세트당 0.38개로 오히려 신인 때보다 하락했다. 흥국생명이 '슈퍼팀'을 꾸리고도 아쉽게 통합우승에 실패한 2020-2021시즌에도 이주아는 30경기에서 125득점에 블로킹도 세트당 0.35개에 그치며 성장통을 겪었다. 이주아가 주춤하는 사이 라이벌 박은진과 정지윤은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4강 멤버로 활약했다.

그렇게 함께 프로에 입단한 동기들이 V리그와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로 성장하고 있을 때 이들을 제치고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이주아는 성장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주아는 프로 4년 차가 된 2021-2022 시즌 33경기에서 243득점을 올리며 데뷔 후 처음으로 200득점을 넘겼다. 특히 세트당 0.72개의 블로킹으로 양효진과 이다현(이상 현대건설)에 이어 블로킹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의 은퇴로 흥국생명의 넘버원 미들블로커가 된 이주아는 지난 시즌에도 295득점과 함께 세트당 0.61개의 블로킹(7위)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았다. 시즌이 끝난 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려 발리볼 내이션스리그(VNL)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한 이주아는 이번 시즌에도 새로 영입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와 함께 흥국생명의 중앙을 지킬 핵심 선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주아는 시즌 초반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쳐 2경기에 결장했지만 복귀 후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12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시즌 개막 후 가장 좋은 활약으로 흥국생명의 선두 사수를 견인했다. 4세트까지 8득점을 기록하던 이주아는 5세트에서 공격득점 3개와 블로킹 1개를 기록하며 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미들블로커 라인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특히 5세트 4-1에서 양효진의 속공을 단독블로킹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시즌 초반까지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옐레나의 쌍포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실제로도 두 선수의 비중이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주아가 이날처럼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흥국생명은 이주아와 김수지, 아시아쿼터 레이나로 충분히 쌍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여기에 2017-2018 시즌 신인왕 김채연까지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흥국생명은 어떤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미들블로커 라인을 보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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