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 범인도피교사 유죄 판결 파기환송

최석진 2023. 11. 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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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은해(32)와 조현수(31)가 지인들에게 은신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행위는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으며, 범인의 요청에 응해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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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은해(32)와 조현수(31)가 지인들에게 은신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행위는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상 범인 스스로 도피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제3자에게 자신을 도피시켜주도록 시켰을 때는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되는데, 대법원은 허위 자백을 요구하는 등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만 범인도피교사죄 성립을 인정해왔다. 그런데 두 사람이 단순히 지인들에게 은신처와 도피자금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정도는 통상적인 도피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계곡 살인' 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 형을 확정받은 이은해·조현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씨와 조씨에게 범인도피교사죄 유죄를 인정,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한 이유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21년 12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자 지인 2명에게 은신처와 도피자금 등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해 자신들의 도피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의 부탁을 받은 지인들은 2022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이 숨어 지낼 수 있는 경기도 고양시 오피스텔 계약을 대신 체결해주고, 승용차를 이용해 이사를 도와줬다.

잠적해 약 4개월간 도망 다니던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피스텔에서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고, 이씨의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 유죄가 인정돼 이씨는 무기징역, 조씨는 징역 30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앞서 1·2심 법원은 "120일 넘는 도피 생활은 통상적인 도피 행위와는 다르다"며 두 사람이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범인도피교사죄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으며, 범인의 요청에 응해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재판부는 두 사람의 행위를 통상적인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위자들은 친분관계 때문에 피고인들을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했다거나 도피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다는 것,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이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제공한 도움의 핵심은 은신처 제공과 은신처를 옮기기 위한 이사행위 등으로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이거나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도록 적극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통상적 도피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두 사람의 도피를 도운 2명은 범인도피죄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과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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