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기업이 뛴다]미래 에너지가 온다…수소의 일생
가치사슬, 차세대 에너지패권 흔든다
글로벌 전주기 생태계 구축 핵심
'지구상에 가장 가벼운 원소'. 바로 저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전 원자 중에서도 1번을 백넘버로 가진 수소입니다. 네, 원자번호 1번이 바로 접니다. 양성자와 전자를 1개씩 가지고 있어 몸집은 작지만, 우주 전체 원소 질량의 75%나 차지할 정도로 우리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답니다. 흔하다면 흔하지만 얼마 전부터 몸값이 치솟고 있어요. 어디선가 한 번쯤 수소경제가 다가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몸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죠. 내 성공스토리를 한번 들어 보실래요.
수소(水素, Hydrogen)라는 제 이름은 물을 뜻하는 라틴어 '하이드로(hydro)'에서 유래했죠. 말 그대로 물을 만드는 원소에요. 지금으로부터 250여년 전인 1766년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라는 사람이 절 처음 발견했고,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이름을 붙여줬어요.
저는 끓는점이 영하 253도로 매우 낮아요. 그래서 상온에선 기체로 존재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수소 분자를 보기는 어렵죠. 대신 탄소나 산소처럼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서 화합물로 존재하고 있어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만나 만들어진 물이 대표적이죠. 사실 전 사람의 몸은 물론이고 동식물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에 들어있어요. 오래전부터 저와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거에요.
전 산업 현장에서도 많이 쓰였어요. 암모니아와 메탄올을 합성하거나, 석유에서 황을 제거하는 탈황제로도 쓰이고 있지요. 화장품이나 의약품,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나를 찾는 곳이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세계적으로 소비량이 1억t을 훌쩍 넘으니까 내 인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나를 만들려면 조금 번거로워요. 화합물에서 나를 분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거든요. 저를 만드는 방식이 워낙 많아서 색깔로 구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주로 탄화수소를 수증기나 산소와 반응시켜 만들거나 석유의 정제공정, 가성 알칼리와 염소의 제조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졌어요. 개질수소와 부생수소라고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그레이(회색) 수소'라고 불러요. 가장 저렴한 생산 방식이지만 문제가 있어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게 되면 '블루(청색) 수소'로 이름이 바뀌죠. 좀 더 친환경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에요. 현재 생산 시설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설비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수소생산 방식이라고 평가받고 있어요. 다만 모은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저장할지가 또 고민이에요. 지하 깊은 곳의 탄광, 유전이나 심해에 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에요.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다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해요.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아요. 이게 바로 '그린(녹색) 수소'죠. 수전해 기술이라고도 부르는데 아직 경제성이나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어요. 그래서 깨끗한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블루 수소로 시간을 벌어야 하는 거죠.
그린 수소에 만들 때 쓰는 전기도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해요. 이미 제주도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생산 시설이 가동 중이에요. 대신 재생에너지는 발전 시간이나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해요.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써서 생산하면 '핑크(분홍) 수소'라고 불러요. 지리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이 어려운 한국에서는 핑크 수소가 대안이 될 수도 있지요. 왜냐하면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 한국의 그린 수소 생산비용이 kg당 최대 4.1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어요. 세계 대부분 국가가 2달러 이하로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반해 매우 불리하죠. 일본도 생산비용이 3달러가 넘어 비슷한 처지에요. 향후 한국이 그린 수소 수입국이 되는 것이 자명한 만큼 여러 대안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겠죠.
생산만큼이나 저장과 운송 기술도 중요해요. 저는 상온에서 기체라서 그대로 저장하려면 부피를 많이 차지해요. 그래서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체로 만들어야 해요. 수소차에 주로 쓰이는 고압 탱크는 700bar에요. 대기압 수준(1bar)의 7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압력으로 압축한답니다. 이 때문에 저장, 충전하는 설비는 이러한 고압을 안전하게 버텨내야 해요. 보관 탱크에는 주로 고밀도 플라스틱과 강철보다 단단한 탄소섬유가 쓰인답니다.
저를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253도 이하로 낮추면 돼요. 액체수소는 1리터당 질량이 71g으로, 700bar의 압축 상태(약 40g)보다 크답니다. 저장하기엔 액체로 만드는 게 안성맞춤이죠. 하지만 극저온까지 온도를 낮추는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뿐만 아니라 단열 기술이 중요해요. 단열하더라도 기화로 인한 폭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밀폐할 수도 없어요. 많은 연구가 필요하죠.
이러한 점 때문에 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암모니아가 주목받고 있어요.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에 수소 원자 3개가 붙어있어요. 공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에 수소를 붙이면 되죠. 게다가 암모니아는 영하 33도면 액체로 만들 수 있어요. 기술적으로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답니다.
저를 깨끗하게 만들어서 가져왔다면 이제는 잘 사용해야겠죠? 화석연료가 쓰인 곳이면 어디든 쓸 수 있답니다. 이미 일부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거나 운송 수단 연료로 쓰이고 있어요. 직접 태우거나, 산소와 결합하는 원리를 사용해요. 최근에 저를 LNG와 함께 태우는 혼소 기술을 도입하는 화력발전소가 늘고 있죠. 이 혼소기술은 선박 엔진에 적용해 수소추진선도 개발 중이에요.
저와 산소를 결합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연료전지에요. 연료전지는 쉽게 말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를 만드는 수전해의 정반대 개념이에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를 얻는 거죠. 연료전지 기술은 달을 탐험했던 아폴로 11호에도 사용했을 만큼 역사도 깊답니다. 아직까진 자동차뿐이지만 앞으로 열차나 드론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돼요.
어때요? 탄생에서부터 저장, 운송, 소비에 이르기까지 저, 수소의 일생을 함께 돌아보니 제 인기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셨나요?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매우 어려운 과제죠.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탄소중립을 향한 수소의 도전을 응원해 주세요.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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