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기업이 뛴다]"궁극의 친환경차" 현대가 열어젖힌 수소차의 길
승용·상용 주요 차종 양산모델 최초 기록
2028년까지 상용 전 라인업 수소차 선봬
주행특성·배터리차 한계 감안 상용 우선
韓, 수소차 보급 빨랐지만 中 추격 거세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중형급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처음 공개했다. 국내에도 판매 중인 2.5~4t급 트럭 ‘마이티’를 기반으로 한 모델로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국제수입박람회에서 대중에 첫선을 보였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H투(TWO) 광저우에서 만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사용해 현지 상용차 제작업체와 같이 만들기로 했다.
H투는 현대차가 수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선보인 브랜드로, H투 광저우는 현대차가 해외에 둔 첫 번째 수소연료전지 공장이다. 마이티 퓨얼셀(가칭)은 차량 개발이나 시제품 제작 단계를 넘어 사실상 개발을 마친 양산형 모델이다. 보조금을 지급받는 광저우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에서 우선 판매할 예정이다.
20세기 중반 등장…양산은 현대차 최초
흔히 말하는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저장한 후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차를 뜻한다. 앞서 1960~70년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나 유럽 다임러 벤츠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소차를 내놓은 적이 있다. 21세기 들어서도 혼다·포드·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제작사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놨다. 다만 앞서 나온 차들은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콘셉트카나 시제품 등 제한된 용도로 개발됐다.
시중에 판매하는 양산형 모델은 현대차가 최초다. 2013년 나온 투싼 ix퓨얼셀은 세계 첫 양산형 수소차다. 현대의 수소 승용차 계보는 이후 2017년 콘셉트카를 거쳐 이듬해 출시된 넥쏘가 잇는다. 넥쏘는 출시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팔리는 수소차다. 2020년에 나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대형 상용차로는 첫 양산모델이며, 올해 4월 선보인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역시 마찬가지로 대형 고속버스로는 세계 최초다.
중장기 계획도 촘촘히 짜놨다.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는 한편 길이 5~7m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목적기반차량(PBV)도 내놓는다. PBV는 마치 스케이트보드 같은 공용 플랫폼 위에 쓰임에 따라 다양한 모듈을 얹는 이동수단이다. 운송이나 보관, 레저 등 다방면으로 쓰임새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길게는 자율주행·로보틱스 기술과도 접목할 예정이다. 2021년 공개했던 운송용 이동수단 트레일러 드론도 수소연료전지 기반이다. 아직 연구단계이긴 하나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 전기차의 장점을 모은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N비전 74도 전 세계 완성차 기업이 눈여겨보는 모델이다.
"수소, 배터리 전기차 한계 극복…상용 우선"
수소 기술을 상용차를 중심으로 적용하는 건 일반 승용에 견줘 운행 거리가 훨씬 길고 그만큼 탄소배출이 많기 때문이다. 현행 상용차 상당수는 경유차라 환경 측면에서 전동화 전환이 필요하다. 충전 문제도 배터리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해결하기 쉽다. 수소는 충전인프라가 아직 부족한데 상용차는 통상 일정한 거리를 오가기에 충전소도 최소한으로 필요한 곳에 먼저 짓는 식이다.
대형 트럭을 배터리 전기차로 만들 경우 필요한 배터리 무게나 부피가 상당한 터라, 배터리 전기차보다는 수소차가 유리하다. 시중 전기버스의 경우 300㎾h 가까이 배터리를 쓴다. 이는 아이오닉5의 4~5배 규모다. 충전도 오래 걸리고 지나치게 무겁다. 대형 트럭의 경우 적재물량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다.
엑시언트 수소트럭은 아이오닉5와 비슷한 72㎾h 정도 배터리를 쓴다.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포함한 일련의 시스템이 발전기 역할을 하기에 필요할 때마다 전기를 생산해 동력원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 상용 수소차가 한발 앞서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이다.
수소는 많고 깨끗해 일찌감치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혔다. 다만 이를 활용할 기술을 가다듬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수소는 작고 가벼워 다루기 어렵다. 또 기술을 개발한다고 곧바로 양산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시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는 기업 한 두 곳이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 생태계가 한 세기 넘는 기간 공고히 구축된 탓에 새로운 동력원이 자리 잡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만개 부품이 얽힌 공급망부터 판매 후 정비 네트워크 등 자동차 전후방 산업은 촘촘히 얽혀 구축돼 있다.
기후변화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동화 흐름이 거세게 불었으나 최근 들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해지면서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수소차 역시 보급 확대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아직은 수소 자체의 생산단가가 높고 수소차 역시 비싸 보조금 등 공적 지원이 없다면 자생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수소차 치고 나간 韓, 빠르게 쫓는 中
국내 수소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빠른 건 현대차가 일찌감치 양산차를 내놓은 데다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 다양한 주체의 뜻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2013년 출시 후 5년이 지난 2018년까지도 총 등록 대수가 1000대가 채 안 됐으나 이후 빠르게 늘어 2020년에는 1만대를 넘겼다.
3년 가까이 흐른 올해 10월 기준 등록 대수는 3만3796대.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수소차 판매가 이뤄지는 나라 가운데 가장 많다. 다만 신형 넥쏘 출시가 당초 예고보다 늦어지는 등 모델 노후화에 따라 근래 보급 속도는 더디다.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간 판매량은 37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적다. 중국과 미국은 아직 우리나라보다 판매량 자체는 적지만 지난해보다 30% 이상 판매고를 늘리며 빠르게 우리를 쫓고 있다.
현대차가 수소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다가올 전동화 시대에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 역할을 강조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전이 깔려 있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앞선 완성차 기업을 따라갔다면 새로 펼쳐지는 전동화 시대에는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 회장은 2020년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서 "국내에서 수소버스·트럭 판매를 확대하고 미국·중국 등 해외 시장도 적극 개척하겠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며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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