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2년여… 민주노총 타깃이 된 쿠팡
최근에는 법정 다툼으로도 번져
급성장한 쿠팡이 직면한 난제로
국내 대표 e커머스 업체 쿠팡은 그동안 노조와 줄곧 장외 공방을 벌여왔다. 노조는 쿠팡에 대해 부당 해고와 직장 괴롭힘 등 불법 행위가 곳곳에서 빚어지고, 근로 환경 역시 과로사를 부추길 정도로 후진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쿠팡은 사실과 전혀 다른 불법 선동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노사 간 충돌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e커머스 시대에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이 직면한 난제"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왜 쿠팡을 파고들었나
쿠팡에 노조가 생긴 건 2021년 6월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그달 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 사실을 공표했다. 당시 노조는 "하루를 일해도 노동자 인권이 존중되고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는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 한다"고 출범 취지를 밝혔다.
노조의 설립 명분은 처우와 근로환경 개선 등으로 요약됐으나, 업계 시선은 달랐다. "직원 수가 빠르게 늘어나 세력을 확장하기 좋은 곳으로 민주노총이 거점을 옮긴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직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2만5307명에서 이듬해 4만991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2021년에는 6만5772명으로 불어났다.
쿠팡은 코로나 기간 급증한 배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퀵플렉스(위탁 배송 근로자) 배달 기사들을 대폭 늘렸다. 퀵플렉스 배달 기사들은 근로자와 사업자 성격이 모두 있는 특수형태고용 종사자로, 단 한 번이라도 쿠팡의 이름으로 배달업을 했다면 노조 가입 자격이 주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경우 정직원에 한해 노조 가입 자격이 주어졌지만, 쿠팡은 그렇지 않았다"며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았고 민주노총은 이 부분에 주목해 세를 불리기 위한 거점으로 쿠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노림수는 설립 2년여가 흐른 현재 사실상 실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쿠팡에 따르면 이달 기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1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쿠팡물류센터 직원이 엔데믹 전환 이후 4만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노조 가입률은 0.5%도 되지 않은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조 활동의 대표적인 성과 지표가 노조원 수인데, 현 수치는 굴욕에 가깝다"고 말했다.
‘직장 괴롭힘’·‘부당해고’ 주장은 철퇴
노조는 설립 이후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 등을 화두로 던지며 사측과 충돌했다. 그러나 법원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 출범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직장 상사에게 직장 괴롭힘을 당했다며 쿠팡에 보상과 휴가 책임을 요구한 노조 전 간부 A씨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건 발생 당시 쿠팡 내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A씨는 현장 관리자로부터 노조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과 관련해 협박 등을 당했다며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 현장 관리자 B씨가 "왜 다른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느냐. 모범을 보여달라"고 말한 건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노동청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가 지난달 19일 B씨가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이다.
또 다른 노조 간부 C씨 등이 지난해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노동청에 구제 신청한 사건도 올해 기각됐다. "근로계약 기간이 정당하게 만료됐기 때문에 사측의 부당 노동 행위가 아니다"라는 게 노동청의 판단이었다. 오히려 노조는 앞서 쿠팡 본사 사옥 로비를 무단 검거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수사당국으로부터 입건됐다.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이 사건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없는 잡음… 폭행에 정치투쟁 논란도
노조는 올해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겨냥해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각종 집회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빚어진 물리적 충돌 또한 노조 입지를 좁히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택배노조 산하 ‘쿠팡택배 지회’ 창립 이후 CLS 직원 여럿을 폭행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유형력을 행사한 전·현직 노조원 셋은 현재 수원지검에서 폭행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서는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을 정도로 사안을 무겁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투쟁’ 논란도 노조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CLS 직원을 폭행한 노조원 중에는 택배 기사들에게 진보당 가입을 공개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 노조원이 주요 집회나 기자회견에서 "진보당에 꼭 가입해야 한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 같은 국회의원이 많아지면 다 초토화된다", "내년 총선에서 같이 승리하자"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배송지에서 숨진 60대 택배기사를 두고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며 과로사 주장을 거듭했다. 다만 숨진 택배기사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사망 원인에 대해 "그간 지속적으로 앓아온 지병으로 인한 ‘심장 비대증’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던 때가 떠오른다고 말이 나왔다. 당시도 노조는 택배기사 사망을 과로사로 지목했는데, 이 ‘과로사’ 어젠다 타깃을 CJ대한통운에서 쿠팡으로 옮긴 모양새라는 얘기다.
노조는 8월 혹서기 휴게 시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참여한 인원은 3명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은 수의 조합원이 파업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겪는 불편은 막대하다는 사실을 지난해 CJ 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말해준다"며 "로켓배송 등을 서비스하는 쿠팡이 노조 세력 확산 전략의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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