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배경, 금주 서바이벌…콘텐츠에 담긴 정신질환 현주소 [D:방송 뷰]

장수정 2023. 11. 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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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부터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등을 섬세하게 다룬 드라마에 이어, 일반인 알코올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정신질환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넷플릭스

조울증부터 공황장애, 불안장애, 조현병, 망상 등 에피소드별로 다른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때 해당 질환에 대한 묘사, 표현들이 이뤄진다. 다은의 성장 서사와 함께 해당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것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핵심이다.

MBC는 ‘오은영 리포트-알콜 지옥’을 통해 알코올 중독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7박 8일간의 금주 서바이벌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오은영 박사를 비롯해 한양대병원 노성원 교수, 일산 명지병원 한창우 교수, 국립 중앙 의료원 김장래 교수 등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알코올 분야 전문의 3인이 합류했다.

물론 과거에도 정신질환 환자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작품들이 없지는 않았다.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 ‘괜찮아 사랑이야’(2014)가 조현병을 앓는 작가 장재열(조인성 분)의 이야기를 담은 바 있으며, 미친 세상을 살아가는 미쳐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신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영혼수선공’이 지난 2020년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다만 이것이 드라마의 장르적 전개와 만나면서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도 있었다. 소재와 관련된 질환들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인식 개선에 대한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영혼수선공’이 극 중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로맨틱한 관계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장르물에 정신질환자가 등장하면서,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자아냈었다.

그러나 이렇듯 정신질환 자체를 주요 소재로 내세우면서 이 한계를 극복하는 모양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는 공황장애를 서서히 차오르는 물에 잠식되는 장면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우울증을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은 늪에 빠지는 것으로 묘사하는 등 드라마를 통해 정신질환을 다루는 것의 장점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정신병동 내 환자는 물론, 병동 바깥의 청춘들의 이야기까지 아우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여기에 일반인들과 다수의 전문가들이 함께 출연하는 예능까지 등장하면서, 현실이 어떻게 반영이 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결혼 지옥’에 신청된 사연 중 1/3이 알코올 문제인 것에 착안했다”는 ‘오은영 리포트-알콜 중독’ 측의 의도처럼, 이는 우리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52.5%가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9~74세 서울시민 2149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청년층의 정신건강 상황이 위험하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우울증 환자는 68만 명에서 91만 명으로 34% 증가했다. 그중 2030 환자 수는 15만 9000명에서 31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의 작품들은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위로와 함께 정신병동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는 정신병동 바깥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있는 경계인들이다’라는 메시지를 최종적으로 남겼으며 ‘오은영 리포트-알콜 지옥’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기존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일반적으로 중증 환자들을 다루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많았는데 ‘알콜 지옥’의 기획안을 처음 보았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 우리 사회 알코올 사용 장애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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