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이미 우승을 확정한 팀들은 어떻게 연말을 맞는가
[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12일 오후, 동해안 더비가 시작할 즈음 울산의 기온은 그나마 서울보다 높은 8도였다. 그러나 축구를 하기에 쉽지 않은 건 확실했다. 선발라인업 22명 중 반팔인 선수가 8명이라는 게 놀라웠다. 기자석에서는 손이 곱아 오타가 많이 나는 계절이다.
초겨울에 맞붙은 두 팀은 사실상 시즌 성적이 결정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힘이 빠지진 않았다.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라이벌전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이미 K리그1과 FA컵 우승을 확정한 두 팀의 대결이기에 일종의 왕중왕전 또는 슈퍼컵 같은 느낌이 났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느라 피로가 쌓인 데다, 포항은 FA컵까지 겹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그래서 선발 라인업에 2002년생 유망주가 셋이나 기용됐다. 기본적으로는 주전 선수인 김승대와 고영준의 부재 때문에 투입된 선수들이지만, 김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부터 이들이 충분히 울산 상대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얘네들이 앞선에서 좀 잘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다."
이미 K리그1 2골을 기록 중인 홍윤상은 1군 멤버로 자리 잡은 자원이고, 최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라와레즈전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 윤재운 역시 프로 첫 선발 출장을 할 때가 된 선수였다.
여기에 ACL에서 종료 직전 교체투입된 게 전부였던 강현제는 실질적인 프로 데뷔전을 선발로 치렀다. 김 감독은 강현제에 대해 부산정보고 축구부에서 양현준(셀틱)과 함께 성장한 선수고, 상지대 1학년 당시 연습경기에서 눈여겨봐 영입했다고 밝혔다. 유연하고, 2선에서 기회를 만들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였다.
이들의 초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반 31분 윤재운의 프로 첫 어시스트를 받아 강현제가 프로 데뷔골을 넣었다. 속공 기회가 생겼을 때 기민하게 침투하는 선수들의 동선 배분과 원터치 플레이를 깔끔하게 이어간 기술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울산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17분 만에 3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었다. 전반전 공격이 답답했던 울산은 슛을 더 많이 하라는 홍명보 감독의 지시를 받고 후반전을 시작했는데, 주민규의 과감한 슛이 골대 맞고 설영우의 선제골이 되면서 경기가 술술 풀렸다. 김태환의 도움과 아타루의 골, 엄원상의 도움과 주민규의 골이 이어졌다. 여기에 교체선수들의 명성과 기량도 울산이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포항은 후반 37분 이호재의 추격골 이후 맹공을 퍼부었으나 결국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홍 감독에게는 앞으로 시즌 막판 운영이 고민이다. 이미 K리그1 우승은 확정했다. 빅 매치인 동해안 더비도 지나갔다. 남은 일정 중 리그보다 더 중요한 건 ACL이다. 울산은 조별리그 I조에서 2승 2패로 2위에 올라 있는데, 12월 12일까지 진행되는 조별리그 막판 2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CL에 모든 힘을 쏟고 K리그1을 등한시하기에는 팀 전체의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흐름이 침체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홍 감독은 이 점에 대해 "매 경기 준비가 잘 된 선수들을 현실적으로 투입할 것"이라며 무리한 체력비축보다는 정상적인 시즌 막판 운영에 더 비중을 뒀다. '져도 되는 경기'는 없다는 투였다.
포항은 ACL 조별리그 4전 전승으로 일찌감치 통과를 확정해 뒀기에, 다가오는 모든 경기에서 전패해도 성적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남은 시즌 동안 유망주들을 적극 기용하며 내년을 일찍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에 대해 김기동 감독은 "우리 팀은 부상자도 많다. 그래서 유망주들이 이미 많이 뛰고 있다. 선수들과 잘 이야기해보고 피곤한 선수가 있으면 휴식을 주면서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아니면 기존 선수들이 회복하고 뛰고 싶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어린 선수만 많으면 팀의 기복이 심해지므로 조화를 맞춰 보겠다"며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어린 선수들을 적극 쓰겠다고 말했다.
이미 시즌 마무리에 들어간 김 감독의 고민은 내년 준비로 이어진다. 김 감독은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FA 예정 선수,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탁월한 활약으로 국내외의 관심 소문이 이어지는 선수들을 거론하며 내년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포항의 최근 형편을 아는 감독답게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몸값이 있는데, 그만큼 쳐주는 팀이 나오면 보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돈이면 보내고 또 새로 만들어야지 뭐 어떻게 해."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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