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10명이 싸워 시즌 첫 역전승' 수원삼성, 염기훈 대행이 팀에 심은 '자신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카즈키가 퇴장당했고, 수원FC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럼에도 수원삼성은 자신감으로 한 데 모여 역전승을 일궈냈다.
12일(한국시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36라운드를 치른 수원삼성이 수원FC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12위 수원삼성은 승점 29점으로 11위 강원FC(승점 30)를 1점차로 추격했다.
올 시즌 수원삼성은 리그에서 선제실점을 내주면 승리하지 못하는 팀이었다. 수원FC와 경기 전까지 35경기에서 20경기나 선제골을 허용한 것도 문제였지만, 해당 경기에서 2무 18패로 승점을 2점밖에 획득하지 못한 건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또한 리드를 잘 지키지 못하는 팀이기도 했다. 수원삼성은 선제골을 넣었던 14경기에서 6승 5무 3패를 기록했다. 당장 지난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도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추가시간 2-2 동점을 허용했었다. 선제골을 넣어도 수비 불안으로 승리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였다.
이 경기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전반 14분 카즈키가 스로인을 받으려고 위치를 점하다가 불필요하게 김도윤을 팔꿈치로 가격했고,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퇴장을 선언했다. 수원삼성은 추가시간까지 80분이 넘는 시간 동안 10명이서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선제실점도 내줬다. 수원삼성은 전반 31분 코너킥에서 우고 고메스에게 헤더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수적 열세에 빠지고 선제실점까지 헌납한 상황. 올 시즌 수원삼성의 행보를 미뤄봤을 때는 패배가 자명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수원삼성은 자신들을 옥죄던 두 난관을 한 번에 해치웠다. 전반 추가시간 4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공이 먼 골대에 있던 아코스티에게 흘렀고, 아코스티가 넘어지면서도 슈팅을 가져가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을 1-1로 마친 수원삼성은 후반 더욱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였고, 후반 9분 아코스티가 가슴으로 떨군 공을 안병준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역전에 성공했다.
다시 수원FC가 따라잡았을 때도 포기는 없었다. 수원삼성은 후반 16분 김현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줬지만, 오히려 전진우와 뮬리치를 넣어 공격을 강화했다. 그리고 후반 34분 뮬리치가 페널티박스로 보낸 감각적인 로빙패스를 김주찬이 쇄도하면서 마무리해 경기 마침표를 찍었다. 수원삼성이 올 시즌 첫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염기훈 감독 대행은 선수들 덕분에 승리를 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1명 부족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내가 한 건 없다. 선수들이 이뤄낸 승리였고, 선수들에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기뻐했다.
카즈키 퇴장 이후 스리백과 포백을 고민하던 염 대행이 골문을 걸어잠그는 대신 포백을 유지했던 것도 선수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염 대행은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잘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찬스를 살리면 된다고 얘기했고 그래서 포백으로 계속 밀고 나갔다. 찬스가 나왔을 때 공격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반대로 염 대행의 공로가 크다고 생각했다. 결승골을 넣은 김주찬은 "힘든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물러서지 않고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이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은 선수들을 믿어준다. 선수들이 주눅들어있어도 '괜찮다', '할 수 있다'고 먼저 말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믿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골 1도움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아코스티도 마찬가지였다. 아코스티는 "감독님이 지금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선수 입장도 잘 들어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위치에서 경기를 뛸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준 염 대행에게 감사를 표했다.
염 대행이 부임한 이후 선수단에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다. 특히 7월 22일 강원전 이후 멀티골을 넣지 못했던 공격진이 2경기 연속으로 2골 이상 넣었고, 팀도 4경기 2승 1무 1패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코스티는 "어려운 시즌에 코칭스태프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 덕분에 팀이 중심을 잡았고,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이 더 많이 생겼다. 오늘 그걸 바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승강전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팀의 자신감이다.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오늘 우리가 보여줬던 강한 정신력이 아주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며 잔류 경쟁에 자신감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이야기했다.
김주찬 역시 "구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잘해라' 라는 말보단 '경기를 즐기고 하고 싶은 걸 하고 나와라' 하며 믿어준다. 그 덕에 나도 모두를 믿고 자신감있게 할 수 있었다"며 구단 전체에 믿음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삼성 선수들에게 이번 수원FC전은 끝까지 싸우면 잔류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려준 경기였다. 염 대행은 "남은 경기에서 이번 수원FC전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올 시즌 수원더비 첫승이 최종 잔류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염 대행은 절체절명의 순간 팀에 부임해 최하위 탈출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맡았다. 그는 당장 많은 걸 바꾸기보다 조직력을 다듬었고,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며 실수를 하더라도 그걸 극복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만약 수원삼성이 정말 잔류에 성공한다면, 염 대행이 선수단에 심은 자신감이 본격적으로 발현된 이번 경기 덕분일 것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흥민-김민재-황희찬을 직관하라' 유럽축구 배낭여행 '축덕원정대' 참가자 모집 - 풋볼리스트(F
- '음주운전 적발' 조나탄, SNS 사과문 게시 "나쁜 선택을 했다, 정말 죄송하다" - 풋볼리스트(FOOTBALLI
- '아모르 파티' 춤을 추는 듯 김건희의 포즈 [순간포착]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대표팀 출신 공격수, 전처 조카와 \'임신 골인\'...혼돈의 족보
- [포토] '아시아 최고 여배우 판빙빙도 놀랄 미모' 현대건설 이다현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케터뷰] '1골 1도움 역전 견인' 아코스티의 잔류 자신감 "내가 건강만 하면 팀에 도움될 것" - 풋
- [K리그1 종합] ‘전북의 ACL 출전권 빼앗기’ 도전한 인천, 무승부로 여전히 승점 1점차 추격 중 -
- [케터뷰] 득점 선두 주민규의 골 해설 “엄원상이 시키는 대로 하니까 들어가네요” - 풋볼리스
- [케리뷰] ‘후반 역전극’ 울산, 동해안 더비에서 포항 3-2 격파… '16호골' 주민규 득점 공동선두
- 서울 관악구 벽산플레이어스, 15년 만에 창단 첫 K5 챔피언십 우승 - 풋볼리스트(FOOTBAL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