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에너지, 4개월 만에 공모주 수익률 288%→4%
상장 당일 변동성 커진 후 'L'자형 주가 흐름 늘어
이차전지 생산공정에 필요한 장비 업체 필에너지 주가가 지난 7월14일 상장 이후 줄곧 뒷걸음질 치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88% 올랐던 주가는 4개월 만에 공모가 수준까지 내려왔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 주가는 1만7720원으로 상장 첫날 기록한 최고가 6만6000원(수정 주가) 대비 70% 이상 하락했다. 필에너지는 공모가 3만4000원으로 상장한 후 지난 9월에 100%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 달 23일 신주 발행으로 발행 주식 수가 2배로 늘었다. 상장 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가 현재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률이 상장 첫날 288%에서 4개월 만에 4%까지 낮아진 셈이다.
필에너지는 상장 전 2가지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증시 주도주였던 이차전지 관련 업종이라는 것과 상장 첫날 변동폭을 확대한 직후 상장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공모가를 확정하고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동안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관련주는 연일 상승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차전지 장비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줄을 섰다.
앞서 필에너지는 지난 6월29일부터 30일까지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국내외 총 1955개 기관이 참여했고 경쟁률은 1812대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99.7%는 공모가 희망범위(2만6300~3만원)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했다. 의무 보유 확약 비율도 59.2%에 달했다. 수요예측 열기를 반영해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필에너지는 공모가를 3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7월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한 일반투자자 청약에 몰려든 증거금은 15조8000억원에 달했다.
앞서 감독당국은 지난 6월26일부터 상장 첫날 변동폭을 60~400%로 확대했다. 적정 주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치다. 변동폭을 확대한 이후로 필에너지가 상장하기 전까지 시큐센, 오픈놀, 알멕, 이노시뮬레이션 등이 상장했다. 시초가를 공모가 대비 90~200%에서 정한 후 상하한폭 30%를 적용하던 기존 방식 대비 첫날 상승폭이 컸다. 증권사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간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들어온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필에너지도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3배 수준까지 오르면서 변동폭 확대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필에너지는 독자적인 레이저 공정 기술과 정밀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제조 공정의 핵심 설비를 양산하는 업체다. 2020년 모회사인 필옵틱스로부터 분할해 설립했다.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공정 설비와 스태킹(Stacking) 공정 설비 등을 주력으로 개발한다. 2015년에 레이저 노칭 공정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SDI의 양산 라인에 공급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스태킹 공정과 노칭 공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일체형 설비를 개발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액 1342억원, 영업이익 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5.3% 감소했다.
상장 첫날 변동폭을 확대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신규 상장사 주가 흐름을 보면 상장 첫날 높게 치솟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주가가 흘러내리는 'L'자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과거 수요 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유망주에 대해선 의무보유 기간을 약속하면서 물량을 많이 받으려 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의무보유를 확약하는 기관이 줄었다. 물량을 덜 받더라도 상장 초기에 매각해야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상장 첫날에만 반짝 상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 거품 우려가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량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커진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공모가와 상장 첫날 주가 괴리가 커지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검토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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